▲ 대한민국학도병전우회 윤한균 대표가 지난 19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윤한균 대한민국학도병전우회 대표
국방부도 학도병 예우 필요성 인정하는데 보훈처는 반대해
계속 모른 척하면 北 인권, 日 위안부 만행 비판 자격도 없어
6.25 때 목욕 다녀오던 길에 만난 군인, 학생이냐 묻고 끌고 가
형제 모두 현역 입대… 살아서 만나자던 약속, 마지막 인사로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명예입니다.”

학도병 출신인 윤한균(82) 대한민국학도병전우회 대표는 보상입법을 통한 학도병의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6.25전쟁 때 징집 대상이 아닌 어린 나이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만큼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학도병은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대부분은 군 복무로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 후에도 사회적으로 낙오해 힘들게 살아왔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참전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이들의 요구에 부정적이다.

학도병 전우회가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은 ▲6.25참전 학도병의 예우지원에 관한 법률 통과 지원 ▲미성년 학생에 대한 강제징집 법적 근거 및 희생에 대한 보상 ▲학도병 단체의 법적단체 승인 등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학도병에 관한 보상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국방부는 이 단체에 보낸 답변서에서 “학도병을 포함한 나이 어린 참전자들이 만 18세 미만부터 군 복무를 시작함으로써 배움의 기회를 상실, 그 결과 빈곤한 삶을 대물림하는 등 남다른 희생과 공헌을 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가보훈처에 피력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는 “학도병은 어린 나이에 현역병으로 참전했을 뿐 신체적 희생이 없으므로 학도병에 대해서만 특별히 예우할 수 없다”면서 보상입법에 부정적이다. 향토방위대나 유격대, 국민방위군 등도 6.25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에 유독 학도병만을 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도병은 별도의 법적단체로 편성돼 있지 않다.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로 단일화돼 있어 학도병에 대한 예우도 참전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을 따른다.

윤 대표는 “6.25 때 학도병을 차출해서 쓴 당사자인 국방부도 학도병 예우의 필요성을 인정하는데, 왜 보훈처가 반대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전쟁 당시 징집 대상도 아니고 영장도 없이 길거리에서 강제로 군대에 끌려갔던 학도병은 일반 참전군인이나 민간인 신분인 향토방위대와는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34년 조치원에서 태어난 윤 대표는 그 자신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도병으로 입대했던 피해자다.

6.25전쟁이 발발하던 해 중학생 신분이었던 그는 대구로 피난을 갔다. 그해 8월 14일 매우 무더운 날씨에 개천에서 동생과 함께 목욕하고 돌아오던 길에 징집 담당 군인을 만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너, 뭐야”

“학생입니다”

그 길로 윤 대표는 동생과 함께 군부대로 끌려갔다. 이튿날엔 윤 대표의 두 형도 끌려왔다. 이렇게 친형제 네 명이 모두 현역으로 입대했다. 형제들은 “다 같이 살아서 크리스마스 때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이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윤 대표 하나뿐이다. 두 형 중 하나는 전사했고, 다른 한 명은 군 복무 도중 폐결핵에 걸려 사망했다. 동생은 전투 중 실종됐다. 살아서 만나자던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한 마지막 인사가 돼 버렸다.

윤 대표는 “정부가 어린 학생들을 현역병으로 징집한 것은 아동학대이자 살인행위”라면서 ”이런 엄청난 일을 하고서도 계속 모른 척한다면 북한의 인권이나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도병 징집의 문제점으로 정부가 ‘배움의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을 들었다. 입대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학도병들이 제대 후 사회에 나왔을 때는 이미 저학력자로 전락했고, 지금까지 사회적 낙오자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참전 의무가 없는 어린 학생들이 배움을 포기하고 현역군인으로 참전함으로써 애국 구국을 실천한 자체가 남다른 공훈이며, 자기희생”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를 비롯한 학도병 전우회는 우선 법적단체로의 승인과 함께 보상입법을 통한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학도병의 보상입법은 어떤 재정적 지원이 아니라 현재의 참전유공자에서 명예만 여타 국가유공자와 대등한 지위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학도병 전우회는 지난 2010년 설립됐다. 그간 지역 곳곳에 있던 학도병 단체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전우회는 학도병 단체를 별도의 법적단체로 승인해달라는 내용의 법률안을 지난 18대 국회에서 입법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통과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국가유공자가 죽으면 차가 와서 국립현충원으로 모셔가는데, 학도병은 한 단계 낮은 여주 국립호국원으로 데려간다”면서 “이 나라에 정의와 인권이 있다면 학도병을 이렇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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