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이 글을 쓰면서 무엇을, 어떻게 전개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자유(自由)란 무엇일까?’라고 썼다. 그러고서는 어렵사리 떠올린 ‘자유’에 대해 한자어로 변환하기 위해 한자 키보드를 쳐보니 해당되는 자가 없다. “이럴 수 있나.” 기본 단어라 할 수 있는 자유에는 의미가 다른 아홉 단어가 나와 있을 뿐 ‘自由’는 보이지 않았다. 필자가 쓰는 윈도는 올 초에 PC를 바꾸면서 한글 정품을 새로 구입해 깔았는데도 원하는 자가 없다니 생경하다는 느낌이 든다.

9월 1일자로 맞게 되는 천지일보 ‘창간 6주년’에 즈음해 의미 있는 내용을 신중하게 쓰고 싶어, 불현듯 자유라는 생각부터 먼저 했으니, 무슨 연유인지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억압 또는 구속이라는 단어의 반대어로서 떠올려진 것으로, 끊임없이 글을 써오면서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 진실되고 객관적이며 살아 있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여 생동감 있는 글을 쓰느냐 하는 속박의 고민에서였다.

우리는 정보화시대 속에서 촌음을 다퉈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에 휘둘리며 산다. 의도하든 않든지 간에 신문, 뉴스 등 매스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글들과 마주치고 있다. 그런 사정이다 보니 사실에 기반을 둔 좋은 내용도 많지만 그 반대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선정적인 글이나 유혹기사들도 줄을 잇는다.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현대인들은 문자화로 이뤄져 유익한 정보와 사상 또는 현상을 전하는 신문에 매료돼 왔음은, 특히 시대적 추세에서는 밀리지만 종이신문의 진면목(眞面目)을 지켜주려는 마음도 더러 있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한국의 신문이 언론의 바른 사명감으로 정론직필(正論直筆) 하는가에 대해서 필자는 답할 수 없다. 그런 사명감으로 독자들에게 신뢰받는 반듯한 신문이 되기를 염원할 뿐이다. 그러면서 필자는 글 쓰는 입장에서 다만 한 가지, 전국종합일간지 ‘천지일보’의 논설위원으로서 주어진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소속사의 정론적 입장을 대변하는 글과 함께 아침평론, 시사카툰을 쓰면서 진실성과 책임성에 입각해 자유롭게, 치열하게 임하겠다는 마음 자세를 줄곧 견지해왔다.

필자는 가끔씩 언론의 공공성과 책임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것은 사회 전반에서 글 표현으로써 현상을 왜곡시키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그런 일이 발생될 때마다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신문의 책임성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틈틈이 인터넷에 접속해 뉴스 화젯거리를 찾아보는 필자는 일전에 ‘기승전유승옥’이란 기사를 보게 됐다. 실시간 검색어로 화제가 됐다고 해서 한번 찾아봤는데 언론의 빗나간 태도에 다소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기승전결(起承轉結)과 ‘유승옥’의 합성어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은 시문과 논문 등 글을 짜임새 있게 짓는 형식인데, 거기에 모델 이름을 붙인 ‘기승전유승옥’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럼에도 인터넷 언론매체에서는 인기 있는 모델 이름을 넣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검색하게 만드는 신 낚시기법, 어뷰징이 등장한다. 이렇게 독자의 실제 수요를 왜곡시키는 기만행위가 버젓이 인터넷 매체에 등장하는 것은 언론사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로 정말 잘못된 사례인 바, 일부 매머드 언론사에서도 나서 언론의 기본마저 훼손하는 것은 좋은 모습은 아니다.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갖가지 신문들이 많다. 작년 말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신문(인터넷신문 포함), 방송 등 언론 매체는 1만 7000여개로, 일간신문(374개) 가운데 전국종합일간지는 13개에 불과한데, 그중 하나가 천지일보다. 매머드 신문이 막강하게 버티고 있어 신생신문의 진입이 어려운 현실에서 천지일보가 전국종합일간지로서 명성을 이으며 유수한 신문들과 경쟁하면서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일은 드문 사례인 것이다.

천지일보는 창립된 지 이제 6년이 된 신생신문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떡잎부터 다른 신문이었다. 연조로나 재력, 인력 등에서 도저히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는 거대한 신문사와의 경쟁에서 천지일보가 신문의 바른 가치와 언론인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고뇌하며 열정을 갖고 달려온 것은 선정적 기사나 어뷰징으로 추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비언론이 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필자는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시대정신을 앞세워 한국신문사(史)에서 새 지평을 열어가는 깨끗한 신문, 공익적 가치에 충만해 국민에게 유익한 신문, 독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범적 신문. 이런 것들이 모든 신문이 지향하는 바로미터이리라. 그 정도(正道)의 길을 꾸준함, 그리고 진솔함으로 다가서기인데 천지일보니까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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