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5 남북 합의로 남북 당국회담이 가시화되는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 중인 30일 오후 경기 파주 임진각을 찾은 한 아버지와 딸이 북측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남북 모두 하향 조정
9월 7일 적십자 접촉
북한, 하루 만에 화답
이산상봉 추진 급물살
로켓 발사 ‘돌발 변수’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적십자 실무접촉 시기를 합의한 데 이어 양측이 모두 대비태세를 평시 수준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30일 우리 군에 따르면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 이후 최전방 부대에 내려졌던 최고경계태세와 ‘진돗개 하나’ 대비태세는 북한의 준전시상태 명령 해제에 따라 모두 하향 조정됐다.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북한 도발 전 평시 수준으로 전환된 것이다.

북한군도 남북 고위급 회담이 타결된 지난 25일 준전시상태 명령을 해제한 데 이어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응해 지난 24~28일까지 전방부대에 설정했던 특별경계근무령도 풀었다. 이와 맞물려 전방지역에 전진 배치됐던 북한군 일부 전력과 병력도 원래 있던 부대나 기지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중단됐던 우리 측 접경지대 안보 관광도 지난 주말을 앞두고 손님맞이를 재개한 가운데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 25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했던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도 적십자 실무접촉 시기를 확정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북은 29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내달 7일 판문점에서 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선 이산가족 상봉 날짜와 장소, 방문단 규모 등 세부 내용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우리 측이 요구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나 화상 상봉 문제 등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특히 북한이 우리 측의 제안을 하루 만에 화답한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 우리 측의 실무접촉 제안에 접촉 장소를 금강산으로 바꿔서 제안하거나 확답을 늦게 주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이번엔 북한이 실무접촉 제안에 빠르게 호응하면서 실무협의 역시 잘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날짜는 추석(9월 26~28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적십자 실무접촉으로부터 실제 상봉까지는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걸렸던 전례로 보면 이번 상봉은 추석을 넘긴 뒤인 10월 초순경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 고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변수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월 10일에 맞춰 위성 발사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나왔던 합의 사항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북한의 긍정적인 신호에도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했던 사항을 실제 지키는지는 후속 행동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큰 틀의 합의가 있은 뒤에도 실무협의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며 약속을 뒤집어 버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는 지난 27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남북 간 협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한 것과 맥락이 같다.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 나간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대북기조에 따라 북한의 약속 실행을 지켜보면서 고위급 회담 합의 사항을 차분하게 추진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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