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시위자들이 경찰 오토바이를 불에 태우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시위대, 환경부 장관 퇴진 요구 “부패·무능한 정부” 규탄
총선과 공석 중인 대통령 선출 촉구
종파·종교 간 갈등 해결도 강력 주문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레바논의 ‘쓰레기 대란’ 시위가 일주일 만에 재개됐다.

레바논의 ‘쓰레기 대란’ 시위는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지난달 쓰레기처리장이 문을 닫은 뒤 시민들의 쓰레기 수거 요구에 레바논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도시 곳곳이 쓰레기장으로 변하자 무더운 여름 악취와 함께 시민들의 불만이 커져 결국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탓하는 반정부 시위로 번진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베이루트 순교자 광장에서 일주일 만에 대규모 시위가 다시 열렸는데, 이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만명(주최 측 추산 5만명)이 참가했다. 유명 연예인과 예술가들도 시위에 참가해 지지를 표했으며, 시민들은 “시민혁명이 시작됐다”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규탄했다.

지난 시위에서 사망자 1명, 부상자 400여명이 발생해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이날은 시위대 일부가 총리실로 향하려다 경찰과 약간의 몸싸움만 벌어졌을 뿐 다행히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군경은 시위에 대비해 공동 상황실을 구성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주최 측이 자체 질서유지 인원을 배치함으로써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시위대는 ‘유 스팅크(너는 냄새 나)’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모하마드 마츠누크 환경부 장관에게 쓰레기 대란의 책임을 물으며 퇴진을 요구했다. 또 시위대는 128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레바논 의회를 “알리바바와 128명의 도둑”이라고 비꼬며 “당신들에게서 냄새가 난다. 부패한 자들이여 잘 가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시위대는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2009년부터 치르지 않고 있는 총선 실시와 공석 중인 대통령의 선출을 촉구했다. 레바논은 인접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놓고 찬반으로 나뉜 탓에 의회와 내각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있다. 2009년 치렀어야 할 총선을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해 지금까지 왔고, 이 때문에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라 지난해 5월 이후 합의가 되지 않아 대통령 자리가 공석인 채로 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결국 쓰레기 대란으로 시작된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지게 된 이유가 된 셈이다. 또한 시위대는 레바논의 고질적인 문제인 종파·종교 간 갈등 해결도 강력히 촉구했다.

시위대는 정치권이 이를 이용할 것을 우려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민혁명이라 강조하면서 정치권은 시위에 편승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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