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울 강동구 성내1동 주민센터 앞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
2.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주민센터 앞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고양이 가족이 식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강동구청)
3. 길고양이 급식소 표지판. 인터넷 만화작가 강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기부와 봉사로 운영… 예산 無
‘반대’서 ‘찬성’ 돌아선 주민
“음식물 뒤지는 고양이 줄어”
40→10건, 관련 민원 감소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길고양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책이 어우러져 극심했던 갈등을 완화시키고 있다.

길고양이는 도심 속 골칫덩어리로 여겨진다. 쓰레기봉투를 뒤져 길거리를 지저분하게 하고, 늦은 밤 시끄럽게 울어 단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과 캣맘(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 간의 갈등도 문제다. 최근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잇따른 고양이들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닌 독극물에 의한 죽음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길고양이의 존재에 불만을 제기한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및 캣맘들은 길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이며 인간 사회와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갈등해결을 위해 서울시 강동구는 2년 전인 2013년 2월 전국 최초로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을 시작했다. 예산을 연 1000만원씩 편성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기부와 봉사로 운영 비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안한 인터넷 만화작가 강풀씨는 급식소 상자 50개와 사료 6톤을 기부했고, ANF대산물산 등 기업의 도움도 이어지고 있다. 급식소 운영 및 관리는 미우캣보호협회와 캣맘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지고 있다.

처음 길고양이 급식소가 생겼을 당시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반대 의견과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갈렸다. 그러나 정책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급식소에 반대를 표했던 구민 중 일부는 찬성표로 돌아섰다.

주민 백도준(45)씨는 “돈이 없어 사람도 살기도 힘든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한다고 해서 황당했다. 그러나 운영하는 데 돈도 들지 않고, 확실히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는 줄어든 것 같다”며 “고양이 숫자가 늘어나지 않게 관리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 김수연(34)씨도 “길고양이 급식소 때문에 고양이가 늘어 위생상태가 더욱 불량해질까 봐 걱정했는데 고양이들이 사람 손을 타 이전보다 온순해진 것 같다”며 “늦은 밤 시끄러웠던 고양이 울음소리도 많이 잦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급식소 담당자인 강동구청 정형기 팀장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거나, TNR(Trap-Neuter-Retum,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해달라는 민원은 있지만 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를 뒤져 지저분하다는 민원은 거의 사라졌다”며 “급식소 운영 이전에 길고양이 관련 민원은 40여건에 달했지만, 요즘에는 10건도 안 된다”고 말했다.

2년 전 50개로 시작한 길고양이 급식소는 현재 구청과 주민센터, 공원 등 60곳에서 운영 중이다. 정 팀장은 구에서 관리하는 급식소 외에도 개인적으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제공하는 구민들을 포함하면 약 150여곳의 길고양이 급식소가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길고양이 급식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급식소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고양이가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주민 박재정(56)씨는 “급식소 주변이 고양이 배설물, 비둘기 털 등으로 지저분한 것 같다”며 “급식소를 계속 운영할 거면 주변 정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 이정화(32)씨는 “구에서 길고양이 중성화수술로 개체 수를 관리한다고 했는데 고양이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같다”며 “사람을 보고도 피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쓰다듬기도 하는 데 건강에 문제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동구의 TNR건수는 2012년 194건에서 2013년 201건, 2014년 269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360건을 계획했지만 용역 업체 문제로 26건 밖에 시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문제 발생 후 단일 용역업체로 시행하던 TNR을 2~7개의 합동 운영 방식으로 변경했다”며 “남은 기간 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심 속 고양이들은 유기묘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며 “동물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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