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지금부터 시작”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청와대가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후 남북관계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남북 간 합의만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됐다는 기대감을 경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27일 오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평가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는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추진 방안과 일정을 당면과제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또 “정부는 향후 후속조치를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민 대변인은 특히 “남북 간 협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남북 간 협상은 앞으로도 계속되니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산상봉을 당면과제로 꼽은 데는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9월 초에 실무접촉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열리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기점으로 해서 미사일 등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럴 경우 남북관계가 또다시 경색되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인 만큼, 정부는 “남북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또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민 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는 논의된 바 없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한 기본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이것 역시 통일부가 전날 “남북 당국회담에서 5.24조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경계 차원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청와대의 이런 신중론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는 10월에 있을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또다시 어떤 위협과 도발을 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역사적인 합의로 평화적이고 발전적인 남북관계는 이제 첫발을 뗐다. 이것이 두 번째, 세 번째 발걸음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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