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다’라는 말은 흔히 행동이 가볍거나 주제파악을 못하고 방정맞게 굴 경우 사용한다. ‘까불리다’의 준말인 ‘까불다’란 어디서 파생된 말일까.

우리나라 속담에 ‘쭉정이는 불 놓고 알맹이는 거둬들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버릴 것은 버리고 쓸 것은 들여 놓는다는 옛 선조들의 지혜다.

옛날에는 알곡을 선별하기 위해 곡식을 키에 올려놓고 위 아래로 흔들어 잘 여문 곡식은 안으로 모으고 껍질만 있는 쭉정이나 겨, 티를 날려 보냈다. 이는 키를 흔들 때 마다 알곡은 무거워 안으로 모이지만 가라지는 가벼워 밖으로 날아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런 행동을 ‘까불리다’로 말했지만, 현재는 일반적으로 입이 가벼운 사람, 즉 조금 아는 것을 마구 떠벌리면서 방정맞게 행동하는 모습을 ‘까분다’로 준말이 됐고 이런 사람을 ‘까불이’라고 일컫게 됐다.

성경에서도 키질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예수님이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곡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마 3:12)”고 기록돼 있다. 이에 개신교는 알곡 같은 사람과 쭉정이 같은 사람으로 나눠진다는 것을 염두해 쭉정이 같은 신앙인에 대해 경계하고 알곡과 같은 신앙인이 되길 소망한다.

한편, 까불다’라는 뜻이 포함돼 만들어진 단어 중 ‘도깨비’가 있다. 도깨비는 불이란 뜻인 ‘돗(톳 또는 토)’과 ‘까불다’의 합성어로 늦은 밤 무덤가에 보이는 인(도깨비 불(燐))이나 반딧불이가 떠돌아다니는 것이 꼭 불이 까불거리는 모습처럼 보여 만들어졌다. 차차 ‘톳 까불이’가 ‘톳까비’가 됐고 음운현상에 따라 ‘도깨비’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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