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여전히 청탁 문화·관행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부정부패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묵인해 왔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고자 향응을 베풀었고 청탁이 습관화되었다.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문제점은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배제되어 있다는 데 있다. 법적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국회의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청탁 특혜 의혹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불공정 경쟁 풍토에서 기득권층의 권력주의, 갑질 횡포를 연상케 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들을 지치게 만든다.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난 부작용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일탈 행동은 특권 남용에다가 의원 윤리와 양심조차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에 박혀 있는 청탁을 근절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완화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을 위한 봉사·희생·배려의 자세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권의식이 아닌 겸손과 공명정대함을 가져야 한다.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입법에 힘써야 할 국회의원이 포퓰리즘에 연연하는가 하면, 직분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국민의 힘을 업고 당선된 국회의원이 신뢰를 잃으면 나라는 어떻게 운영되겠는가? 현시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위한 성장 엔진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중립적 환경, 무한 경쟁, 객관적 식견으로 정의·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한 부패인식도에 따르면 국민의 약 54%가 공직사회가 부패했다는 통계수치가 나왔다. 정직하고 공정한 원칙과 제도가 있어야만 국민과 국가가 동반성장할 수 있다.

청탁은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계를 이용한 새치기·줄타기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칙과 제도를 무시한 특혜·감싸기 관행의 일종이다. 물론 능력과 실력이 수반될 경우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청탁 문화에 익숙하다 보면 또 다른 청탁문화를 생산하게 된다는 점이다.

청탁을 배격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방책은 무엇인가? 줄서기, 뇌물 수수 등의 재발, 이해관계에 따른 정관계의 유착 등 전형적인 부패를 근절하려는 국민적 노력과 개혁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공정성·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는 한 창조경제와 성장을 담보할 수 없지 않은가! 양극화와 담합만 부추길 따름이다. 이런 이유로 소신과 신념을 기저로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청렴국가로 일컫는 싱가포르를 보자. 공무원이 청탁 및 뇌물사건에 연루될 경우 언론매체에 실명과 얼굴을 공개할 정도로 사회적·법적 처벌이 동시에 이뤄진다. 어떠한 선진국도 청탁 관행이 만연한 나라는 볼 수 없다.

고려시대의 상피법(相避法), 조선시대의 육전(六典)’에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었다. 청렴한 직무수행을 위해 8촌 이내의 친족들이 같은 부서에 근무할 수 없도록 만든 법이다.

국민들은 훌륭한 목민관을 기대하고 있다. 뒷거래를 방지하고 국민·지역민들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화해야 하는 것은 부정 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항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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