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을 통해 우리 정부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북한사회 실상·K-팝 등 내보내… 25일 중단
軍 “北 도발 대비해 확고한 대비태세 유지”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대북 심리전 수단으로써 위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측이 핵심 의제로 제시했고, 이에 우리 측은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최전방에 근무하는 젊은 병사들을 동요해 북한의 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우리 생각보다 북한에 훨씬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북한 병사들은 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외부 세계 뉴스에 매우 어두운데 대북 방송을 통해 북한에서 듣지 못한 정보가 계속 유입되니까 체제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냈고, 합의를 통해 확실한 재방방지 조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도 “북한은 김정은 최고 존엄을 건드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데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이에 대한 부분을 자주 언급하다보니 북한으로선 아킬레스건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확성기 방송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 등으로 구성해 하루 8시간 정도 진행됐다.

특히 북한사회 실상에 대한 방송에서는 북한의 내부 소식 뿐 아니라 북한 인권 탄압 실태와 인권의 중요성까지 내보냈다. 우리 군이 최근 내보낸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해외에서 칭송받는 지도자로 묘사한 북한 매체의 방송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남한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도 북한군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선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이 울려퍼졌다.

이렇게 대북 심리전에 큰 영향을 끼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25일 낮 12시부로 중단됐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낮 12시부로 남북 고위급 접촉의 합의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면서 “북한이 낮 12시부로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기 때문에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또 다른 도발 우려에 대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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