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뚱뚱한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남덴마크 대학에서 노화를 연구하는 카르 크리스틴슨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겉으로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은 실제로 수명이 짧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젊게, 또 오래 살 수 있을까?

◆“노화는 장에서 시작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조의 세포 중 노화의 징후가 제일 먼저 나타나는 부분은 어디일까? 답은 장과 신장이다. 비만을 개선해 건강하게 장수하는 몸을 만들려면 장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장은 가장 먼저 늙는 곳이기도 하다. 먹고 배설하는 행위는 우리의 일생을 관통하는 생명의 근간과도 같다. 그리고 그 기능을 도맡은 장과 신장은 매일 쉴 틈도 없이 일하고 있다. 너무 많이 쓰면 노후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니 장과 신장이 가장 먼저 노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장과 신장이 얼마나 큰 부담을 짊어지는지는 장기마다 배분되는 혈액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장은 1분에 약 5L의 혈액을 내보낸다. 그런데 그 중 30%가 위와 장으로, 20%가 신장으로, 15%가 뇌로, 15%가 골격근으로 보내진다. 우리 몸이 뇌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유지를 위해 매일 가혹한 노동을 견디는 것은 뇌가 아닌 장이다. 그러므로 내버려두면 장이 급속히 노화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장속 유해균이 노화의 주범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윤지영 과장은 “지나치게 살이 찌면 몸속에 세포를 노화시키는 ‘활성 산소’와 ‘최종 당화 산물’이 많아지고, 장 속에는 부패균인 유해균이 늘어난다. 늘어난 유해균들은 세포를 훼손해 몸을 노화시키는 주범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살이 찔수록 장 속에 유해균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한다고 한다. 따라서 장의 노화와 비만, 모두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익균에게 유리한 장내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유익균을 살리는 방법의 핵심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다. 채소의 식이섬유는 장내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면 장내 세균의 수가 확실히 늘어난다. 좋아하는 먹이가 많아져서 균의 번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식이섬유는 음식찌꺼기로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해였다.

◆장내 유익균을 살리는 식이섬유

장내 세균을 활성화해 살찌지 않는 몸을 만들려면 의식적으로라도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식이섬유에는 물에 녹는 수용성과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이 있는데, 장내 세균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더 좋아한다. 장내에서 발효시키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일단 장내에 식이섬유가 들어오면 그것을 먹고 사는 장내 세균의 활동이 왕성해져 발효가 잘 이뤄진다. 그 결과 세균이 늘어나 장내 환경이 더욱 좋아지게 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다시마·미역 등 해조류와 곤약에 많이 들어있다.

불용성 식이섬유 역시 장 건강에 중요한 영양소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강한 섬유로 이뤄진 식물 세포벽이 주성분이라 인간의 소화액으로는 분해할 수 없다. 또 수용성 식이섬유처럼 물에 녹지 않으므로 수분을 흡수해 부풀어 오른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이런 강인함과 팽창성으로 장내에 쌓인 음식 찌꺼기와 세균의 사체, 장 세포의 사체를 얽어매어 대변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음식찌꺼기, 세균의 사체, 장 세포의 사체 등은 장에 쌓이는 쓰레기와도 같다. 이를 방치하면 장내에 유해균이 증식해 부패 물질을 내뿜게 된다.

결국 그 부패 물질이 장내 환경을 망치고 장기를 손상시켜 몸을 늙게 만드는 것이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강력한 흡인력으로 이러한 부패 물질을 빨아들여 대변으로 배출하는 ‘장내의 진공청소기’다. 그래서 콩류와 버섯류 등에 많이 들어있는 불용성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장내에서 유해균이 우세해지거나 살이 찔 위험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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