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녀: 칼의 기억’에서 열연한 배우 전도연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칼끝이 의로워지기까지 협객을 얼마나 많은 시간 속에서 고뇌와 고통의 순간을 감내해야 했을까. 무겁고 깊이 있는 칼의 울림이 진중한 협(俠)의 울림이 되도록 전도연은 그 속에서 사랑을 찾았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전도연은 ‘협녀: 칼의 기억’ 속에서 사랑을 모체로 한 협녀 월소로 태어났다.

지난 11일 전도연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에서 천지일보와 영화 ‘협녀: 칼의 기억’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소는 유백과 홍이와 달리 단적인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유백은 천민에서 동료를 배신하고 야망을 좇다가 결국 다시 사랑을 찾게 되고 홍이도 18년을 키워준 사람이 원수였다는 사실에 감정의 증폭이 많아, 하지만 월소는 오로지 협을 지키려는 마음뿐이죠. 근데 이 협을 지키려는 마음이 결국 사랑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걸 이해하면서 저에게 ‘무협’도 사랑으로 다가왔어요.”

칼이 곧 권력이었고 천민도 왕이 될 수 있었던 혼돈의 시대 고려 말, 세상을 바꾸고자 뜻을 모았던 세 검객 풍천과 월소, 유백이었지만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월소는 풍천의 딸 홍이를 데리고 사라진다.

18년 후 유백은 고려의 최고 권력자로 상승했고 홍이는 자신을 키워준 월소가 사실은 자신의 원수라는 사실에 충격에 빠지면서 영화는 점점 극으로 치닫게 되는데.

두 번째 사극작품이자 첫 무협장르 도전을 위해 전작 ‘집으로 가는 길’ 크랭크업과 동시에 삼복더위에 강도 높은 무술연습을 감행했던 전도연. 에어컨을 틀어도 전혀 시원하지 않을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를 견디면서 액션연습에 매진했지만 전도연을 ‘진짜 힘들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맹인연기.

“처음엔 몰랐어요. 이렇게 힘들 줄. 눈을 깜박이지 않는 데다 1분 넘기는 대사들은 진짜 죽을 맛이었죠. 힘들어하니깐 (박흥식)감독님이 ‘도연씨 힘들면 눈 감아도 돼요’라고 하시는데 또 그게 되나요. 서서히 눈 깜박이지 않는 것에 집착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눈은 눈대로 충혈되고 눈물은 계속 나고. 그런데 맹인연기를 통해 월소가 모든 것을 절제하고 거세당한 극단적인 상황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무협이라는 장르 특징 상 칼과 무술, 와이어 액션까지 감내해야 했던 전도연은 시사회 때 자신만 가장 어설프게 느껴지더라며 익살스럽게 웃어 보였다.

▲ ‘협녀: 칼의 기억’에서 열연한 배우 전도연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육체적 강행군을 예상했을 법도 한데 그녀가 무협을 그리고 ‘협녀: 칼의 기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늘을 날고 화려한 검술에 절도 있는 액션은 그야말로 무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미 자체가 멋지고 화려한 무협장르가 아닌 ‘협녀: 칼의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도연은 좋았다고 한다.

“저나 (이)병헌 오빠나 (김)고은양이나 셋 다 마찬가지로 이야기에 끌렸어요. 특히 저는 감독님께 대체 월소를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으시냐고 여쭤보니깐 협은 언제나 있었다는 거죠. 그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는 하지만 찾아보긴 어렵다고는 거예요. 그런데 협을 고지식하게 지켜나가는 월소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 말이 이 작품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여기서 그녀는 월소만의 방법으로 사랑을 지키려는 마음, 야망을 좇는 유백에게 자리 잡은 아련한 사랑을 엿보면서 이야기의 울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뢰한’ ‘피도 눈물도 없이’처럼 러브스토리가 주가 아닌 장르 영화라도 아주 작은 사랑의 감정이 보인다면 전도연에게는 멜로로 다가 왔다고. 사랑을 꿈꾸는 혹은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인물을 접할 때 ‘참 예쁘다’라고 느낀다는 전도연은 ‘협녀: 칼의 기억’ 속에서 운명처럼 결국엔 사랑 앞으로 돌아오는 유백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 ‘협녀: 칼의 기억’에서 열연한 배우 전도연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날 전도연은 배우와 자기 자신을 분리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새 영화라는 인생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한층 편안해졌다는 그녀. 앞으로도 영화라는 인생 안에서 사랑을 연기하고 싶은 전도연의 협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한편 전도연 이병헌 김고은 주연 박흥식 감독 신작 ‘협녀: 칼의 기억’은 지난 13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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