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70주년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광주지역 역사기록물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근로정신대 양금덕(86) 할머니가 광복 1년여 전인 지난 1944년 미쓰비시 중공업에 강제동원돼 일본에 도착하지 얼마 되지 않아 찍은 사진 속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자신을 모습 앞에서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한일청구권에 발목 잡혀… 한일 양국서 배·보상 외면
정부 상대 보상금 반환 소송 “정부가 보상 책임 져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광복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이 국교 정상화를 이룬 지 50년이 지났지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군인·군속, 노무자, 군 위안부 등으로 강제동원 된 이들은 일본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어떤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65년 박정희 정부와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에 관한 모든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면죄부가 된 청구권 협정

일본 법원은 이를 근거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간 일본 재판정에 수십 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으나 일본 재판부는 한일협정을 근거로 전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한일협정 무상자금 3억불 제공으로 소멸됐다는 게 일본 법원의 기본 인식이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일본 법원에서 이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무상 3억불이 면죄부가 된 셈이다.

당시 청구권 자금 중 무상 3억불은 군인군속 피해자 배상금 성격으로 받은 자금이다. 피해 배상금을 정부가 대신 받은 셈이다. 박정희 정부는 이 돈을 피해 배상에 쓰지 않고 국가 기간산업에 투자했다.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 새마을운동 등 주요 사업이 이 돈으로 추진됐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싸움

결국, 일본 정부에서 내몰린 피해자 단체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군인·군속·노무동원 피해자로 구성된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는 지난해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때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숨 값인 만큼 피해자 유족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해자 1인당 1억원의 피해보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일부 보상을 하긴 했다. 1975년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중 군인·군속, 노무자로 동원돼 사망한 8552명에게 1인당 30만원씩을 지급했다. 2008년엔 피해 유족들에게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는 무상 3억불의 현재 가치로 따지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정부는 예산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유족 당사자들은 충분치 않은 보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보상법

현재 국회에 계류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선 위로금과 별도로 피해보상을 하도록 했다. 군인·군속 희생자 유족에게 1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매월 100만원의 생활지원금을 주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 최용상 대표는 한일청구권 문제를 들어 “피해자 보상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예산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부담으로 느낄 수는 있겠지만, 과거사 문제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라도 보상 성격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해결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기업 강제징용과 관련해선 미쓰비시 등 국내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국내 대법원은 지난 2012년 개인 청구권의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제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대일청구권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이에 불복하면서 재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배상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법원이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어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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