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새해가 밝았다. 구태(舊態)를 모두 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설계할 때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금연하려고 작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사업을 더 잘해 보려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밤낮으로 정진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새 집으로 이사할 마음을 먹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 계획이나 목표는 제각기 달라도 새해를 맞이하면서 누구든지 초심을 가졌을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일이든지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실천에 옮기면 후에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지만 조변석개 식으로 행동하면 하루하루 무의미한 인생을 보내게 된다.
경인(庚寅)년 호랑이해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호랑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호랑이는 모든 동물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위엄 있고, 용맹스러우며, 날렵하고 활기차다. 지략도 뛰어나다. 그러면서도 민화에 많이 나오는 것과 같이 우리에게는 친근한 동물이다. 우리나라의 남북한 전체 지형의 모습도 영락없는 호랑이 형상이다. 금년은 그야말로 귀하다는 백호(白虎)의 해인데, 흰 호랑이띠를 타고 태어나는 사람은 워낙 기운이 좋아서 잔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백호의 해에 태어난 남자는 공직이나 무관 분야가 많고, 여자는 의사나 약사와 같은 직업에 잘 어울린다고 하여 금년에 베이비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아니면 금년에 2세 출산 계획을 세워둔 젊은 부모들은 백호의 상서(祥瑞)로운 기운을 받은 건강한 자녀를 두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출산율이 1.19명까지 내려가서 세계 최저 출산국이 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사회차원에서도 금년에 많은 새 생명이 태어나길 바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금년 새해 0시 정각에 고귀한 두 생명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 중 한 아이의 아버지는 37세인데 “그토록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아기가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나 너무나도 기쁘다”며 “호랑이 해인 만큼 우리 아기도 호랑이의 기질처럼 용맹스럽고 건강하게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축하하고, 또 축복할 일이다.
누구든지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우선은 자신들이 바라던 딸이나 아들이 나왔는가를 확인하고, 다음에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수를 세어 본다. 똑같이 다섯 개씩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그 다음에는 꼭 가지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개구장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것이다. 그것이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가지는 소박한 초심이다. 그런데 이 소박한 마음은 아이가 세 살만 되면 바뀐다. 세상에 나온 지 만 3년밖에 안된 아이에게 다른 아이보다 말도 더 빨리 잘 하길 바라고 네 살도 안 된 아이가 글을 잘 읽기 바라며 외국어를 배우라고 영어이름도 지어주고 심지어는 외국에 내보내기도 한다.
어린 자녀 목에 이동전화를 걸어 놓고 수시로 자녀가 해야 할 일을 원격 조종한다. 다른 아이에게 지지 않게 한다고 너나없이 학원에 보낸다. 그것도 한두 곳만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죽을 노릇이다. 아마 자녀가 부모에게 자유롭게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 제발 초심을 잃어버리지 말아 주세요!’라고 외칠 것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이고, 계단도 가장 낮은 단계부터 보폭에 맞도록 서서히 올라야 하듯이 자녀의 성장과 능력이나 소질도 급하게 서둘러서 얻는 이익보다는 잃는 손실이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해 새아침에, 우리가 사랑하는 자녀들이 그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 어떨지 다시 한 번 부모로서의 초심을 추슬러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