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이명박 대통령의 역점 민생 시책 중의 하나인 미소금융 제도의 의미는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만 시행되면 경쟁사회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소외계층과 탈락 계층, 사각 지대 서민대중의 재활의지를 크게 북돋우어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우리가 시행하는 미소금융 제도는 사회적 위화감의 표적이 되곤 하는 주류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참여하는 독특한 형태를 가진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대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탐욕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회적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선량한 이웃, 따뜻한 사회구성원이라는 것을 이보다 더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소금융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대기업들은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 사회적 인식을 기업 친화적으로 바꿀 기회를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동시에 참여기업 스스로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국민 사이에 기업 발전의 토대를 튼튼하게 쌓는 일이 된다. 따라서 남을 도와주어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업 자신을 위한 일로 보답되어질 것이다.

미소금융(micro credit) 제도는 원래 지난 70년대에 방글라데시와 남미 등 저개발국가에서 빈민에 대한 소자본 창업자금을 무담보 신용으로 대출해주는 빈민 재활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사회봉사 차원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주관하는 민간 주도의 소액 금융 활동이었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각지로 번져 나갔다. 미소금융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번성하자 유엔은 1997년 미소금융정상선언(microcredit summit declaration)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체계가 없고 산만하긴 했지만 20, 30개의 민간단체들이 미소금융 활동을 해왔다. 그 실적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천 4백 83억 원의 자금이 마련돼 7백 72억 원의 대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 의해 체계가 짜임새 있게 잡히고 대기업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확대 개편된 본격적인 민생시책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줄줄이 참여하는 미소금융제도의 시행은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의 창안 작품이 될 것이다.

미소금융 1호점을 낸 것은 우리나라 선두 그룹인 삼성이다. 지난 12월 15일 경기도 수원에 삼성미소금융재단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첫 번째의 1호점을 냈다. 삼성은 우선 여기에 300억 원을 출연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모두 3천억 원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에 뒤이어 현대기아차, SK, LG, 포스코, 롯데와 시중은행들도 사업장을 냈거나 개설할 예정이다. 이들 6대 기업들이 각자 설립하는 미소금융재단에 낼 출연금의 총액은 1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5개 은행의 기부금과 7천억 원의 휴면 예금을 합하면 모두 2조 원의 미소금융 재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 기금은 미소금융 중앙재단 산하에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될 200내지 300개의 지역 법인과 사무소들에 의해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기관 접근이 어려운 영세자영업자 등에 저리로 대출된다. 이럴 때의 수혜자는 대략 2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욕심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미소금융 제도가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이루어져 더욱 확대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또한 그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어 한 사람이라도 더 재활의지는 있으나 절망에 빠진 사람을 구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같은 기대가 있기에 걱정도 있다. 무작정 퍼주는 것이 아니므로 대출 단위가 적다해도 대출회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이 대출 리스크의 관리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해서 어려워 찾아오는 영세사업자들을 지나치게 번잡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발길을 되돌리게 하면 제도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초미의 과제인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은 이에 대한 연구다. 세계적으로는 미소금융제도가 대체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서민들이란 어느 계층 사람보다도 남의 돈 무서워하고 빚을 정직하게 갚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도의 성공이 말처럼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영세사업자들에게 금융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미소금융이 마지막 단계다. 미소금융이 그들에게는 최후의 희망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미소금융제도를 기필코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매달려야 하는 까닭이 될 것이다.

미소금융 시책은 인체에 비교하면 피가 가지 않는 곳에 모세 혈관을 복원하는 것과 같다. 또한 추운 겨울에 온기(溫氣)가 닿지 않는 방구석에 온기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이 제도는 취약 계층과 서민 대중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하나다. 이 제도,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우리만의 미소금융을 성공시킴으로써 그것이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고 크게는 국격을 제고시키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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