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

 
‘시민의 숲’ 공원을 아느냐고 물으면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사람을 우롱하는 것처럼 보여 일순간 민망할 정도로 분위기는 어색해진다. 서울에 있는 모든 공원이 시민을 위해 조성된 ‘시민의 숲’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는 ‘시민의 숲’이란 이름의 공원이 있다. 시민들은 상징성이 없는 공원 이름을 모르고 양재공원, 양재시민공원이라고 서로 다르게 부른다. 심지어 인근 주민들조차도 정확히 모르는 현재의 명칭 ‘시민의 숲’은 특정 공원의 이름으로 부적합하다.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는 1988년 12월 이 공원 안에 윤봉길기념관을 건립하고 ‘시민의 숲’을 ‘윤봉길공원’으로 개명해 이곳을 나라사랑의 장으로 만들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 공원 안에는 기념관을 중심으로 윤봉길숭모비, 윤봉길동상, 윤의사의 호로 명명된 매헌교(다리)가 건립됐고 공원 입구에는 신분당선 전철역사 매헌역이 생겼으며 인근에는 매헌초등학교가 개교했다. 또한 주변 도로명 주소가 ‘매헌로’로 명명돼 이 일대는 윤봉길 정신이 깃든 윤봉길타운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7년간 공원이름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이해관계에 관련된 사람들의 소아적 생각과 공무원의 소극적인 업무자세로 명칭을 아직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개명요구에 관계기관 역시 상징성이 없고 부적합한 이름의 개명 필요성에는 동의했으나, 법규상 ‘탄신 100년이 안 된 인물의 이름으로는 공원명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탄신 100주년이 되길 기다렸다.

2008년은 윤봉길 의사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100주년기념 특별사업으로 윤봉길공원이 잘 추진되어 성사될 마무리 단계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이 반대하고 나서서 무산됐다. ‘윤봉길 의사는 서초구와 아무런 연고가 없고, 윤봉길기념관이 서초구에 있을 이유도 없다’는 논리였다. 역사인식이 부족한 매우 황당한 논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국의 추세는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의 이름을 공원명으로 명명하여 공원을 나라사랑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가 거사한 중국 상하이 홍커우공원은 루쉰공원으로 바뀌었다. 알다시피 루쉰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문호이다. 이 밖에도 베트남의 호치민공원, 미얀마의 아웅산공원, 필리핀의 리잘공원, 인도의 간디공원, 터키의 아타튀르크기념공원, 쿠바의 호세 마르티공원, 미국의 맥아더공원 등 이러한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그 이름들이 그 나라의 국민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어야 할 역사적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보면 ‘시민의 숲’도 머지않아 윤봉길공원으로 개명되리라고 본다.

올해는 광복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사실 광복의 바탕에는 윤봉길 의사가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43년 카이로회담에서 장제스가 한국의 독립을 제안하고, 그 선언문에 명문화시킨 원인은 윤봉길의거에 있었다’고 윤 의사의 거사를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윤봉길의거는 나라를 다시 찾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윤봉길 의사의 피의 대가로 자유로운 조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의 희생정신을 마음 깊이 간직해야 한다.

광복절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두웠던 과거사와 그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순국선열의 피와 땀을 자라나는 우리 후세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윤봉길공원은 후세들에게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믿는다. 서울시는 ‘시민의 숲’이란 공원 이름을 역사성과 상징성이 담긴 ‘윤봉길공원’으로 빠른 시일 내에 개명해, 윤봉길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윤봉길 의사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느꼈으면 좋겠다. 광복 70주년의 해에 윤봉길공원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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