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인 올해, 특히 광복절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한일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마 박근혜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조금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베 총리의 군사 대국화 본능은 아직도 그침이 없어 보인다. 국내 여론이 어떤지, 이웃 국가의 고통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내 보수층을 결집함으로써 총리 자리를 더 지키고 싶어 하는 정략적 판단이 더 커 보인다.

사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몇 개월 후에 ‘의미 있는’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아베가 그 악명 높은 ‘731부대’를 연상시키는 자위대 비행기에 탑승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아베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준 셈이다. 한국과 중국 등 피해국들이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과거 제국주의시대 일본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불순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 정부도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는 엄두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아베 정권은 집요하게 안보 관련 법안들을 재개정하면서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길을 착착 진행시켜 왔다. 이웃 피해국들의 목소리는 경청도 하지 않았다. 일본 내 비판여론은 애써 외면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기양양해 하며 ‘군사 대국화의 길’을 일관되게 걸어온 것이다. 이제는 세계 어디든 일본 자위대를 파견시킬 수 있는 법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조만간 평화헌법까지 바꿀 태세다.

이런 시점에서 아베 총리가 14일쯤 이른바 ‘아베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용에 따라서는 패전 70년을 맞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과라는 표현이 들어간다느니, 또는 침략의 주체는 빼느니 하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핵심은 그런 단어나 표현 방식이 아니라 ‘진정성의 문제’라 하겠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그 죄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은폐되고 왜곡된 진상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한일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어떤 단어나 표현이 나와도 우리는 쉽게 공감할 수 없다. 아베담화에 적시된 단어 하나에 마음을 열기엔 그 상처가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대문 형무소에서 무릎을 꿇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눈물을 훔친 우리 국민도 많을 것이다. 애국선열들 앞에 선 우리가 부끄러웠고, 그 부끄러움 앞에 더 부끄러워하는 하토야마 총리의 진정성이 돋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광복절 70돌, 그러나 일제에 의한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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