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전통공예 13인의 장인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인사동, 천공(天工)을 만나다-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13인의 시연과 전시’ 행사가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시작된 행사는 ‘天工(하늘이 내린 재주, 혹은 그런 재능을 갖춘 사람)을 만나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이들의 전통공예 작품뿐 아니라 그간 만나기 어려웠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13인과 그 제자들이 시연하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직접 만날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였다.

이번 시연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강순자-총모자, 박창영-입자, 정춘모-입자) ▲제10호 나전장(이형만) ▲제64호 두석장(박문열) ▲제66호 망건장(강전향) ▲제67호 탕건장(김혜정) ▲제100호 옥장(장주원) ▲제102호 배첩장(김표영) ▲제116호 화혜장(황해봉) ▲제109호 화각장(이재만) ▲제113호 칠장(정수화) ▲제120호 석장(이재순) 등이 참여했다.

▲ 총모자 보유자 강순자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특히 제주도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갓일, 탕건장, 망건장을 비롯해 석장, 나전장, 칠장 등은 지난해 8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돼 추진되고 있는 무형문화재이기도 하다.

갓일은 갓을 만드는 일을 말하며 총모자, 양태(갓의 테), 입자(笠子)로 나뉜다. 양태는 대나무를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쪼개 둥근 판 위에서 한 올씩 엮은 것이고, 총모자는 말총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고 양태와 총모자가 만들어지면 이것들을 한데 모아 맞추는 것이 입자의 일이며,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갓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탕건장은 남자들이 갓을 쓸 때 받쳐 쓰는 모자를 만드는 일로 주로 말총으로 만들며 망건장 역시 갓을 쓰기 전에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쓰는 머리띠를 말총으로 엮어 만드는 일을 말한다.

▲ 탕건장과 망건장의 주재료인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 ⓒ천지일보(뉴스천지)

주목할 만한 것은 총모자의 강순자, 탕건장의 김혜정, 망건장의 강전향 선생 모두 어머니로부터 이어 받았고, 제주도에서 가족 대대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도 딸과 며느리 등이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 보유자는 한결같이 모두 손녀까지도 이어가길 희망했다.

▲ 망건장 보유자 강전향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나전장은 나무로 짠 가구나 기물 위에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갈아 문양을 오려 붙이고 옻칠해서 완성하는 일을 말한다. 화각장은 쇠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에 문양을 그린 후 채색해 여러 가지 기물의 표면에 붙이고 옻칠을 해 완성하는 일이다.

이 같은 나전장과 화각장 등의 마무리 작업인 옻칠을 하는 일을 칠장이라 말한다. 옻나무에서 나는 진액인 생 옻에서 정체 과정을 거쳐 투명하고 광택이 나는 정체칠을 9~12번 거듭 바르는 과정이 바로 칠장이다. 칠을 통해 완성된 제품은 높은 습도와 온도를 견딜 뿐 아니라 땅 속에서 천년 이상 묻혀 있어도 썩거나 상하지 않는다.

▲ 화각장 보유자 이재만 선생의 시연. 쇠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에 문양을 그린 후 채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두석장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한 황동(놋쇠)에다 못과 비슷한 정을 가지고 망치로 두들겨 문양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보유자 박문열 선생은 지난해 반년에 걸쳐 조계사 8각 10층 석탑의 상륜부를 두석장을 통해 제작한 바 있다. 주로 경첩이나 자물쇠 등의 제작에 사용되며, 불교 사찰이나 고건축에도 이용된다.

석장은 석조물을 제작하는 장인으로, 사찰이나 궁궐 등에 남아 있는 불상, 석탑, 석교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석장에는 전국적으로 많이 분포돼 있는 화강암을 주로 활용하며, 납석이나 청석, 대리석도 이용된다. 석장 보유자인 이재순 선생은 숭례문을 복구할 장인 6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옥과 비취 등으로 여러 가지 기물이나 장신구를 제작하는 옥장, 전통 신을 만드는 화혜장, 전통적인 서화 처리법으로 액자·병풍을 만드는 배첩장 등이 선보여졌다.

이와 같이 장인들은 한 작품을 위해 장시간과 장기간 앉아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란 점에서 몸의 고통이 따르고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덕분에 전수자들이 쉽게 달려들지 않고 금방 포기하기 때문에 주로 자녀들이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호소하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전통을 이어가며 우리 고유 무형문화재의 우수성을 뽐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 두석장 장학생 윤재남 씨의 시연. 망치로 두들겨 문양을 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나전장 이수자 이광웅 씨의 시연. 조개 껍질을 갈아 만든 판에 문양을 낸 후 실톱으로 오려내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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