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한국교회는 교인 10만여명을 동원해 서울시청 광장서 3시간이 넘도록 ‘광복70년 한국교회 평화통일 기도회’를 가졌다. 행사 말미에는 행사 진행을 맡은 53명의 목회자들 전원이 올라와 축도했다. 교인들은 뙤약볕 아래 앉아서 행사에 참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광복70년 한국교회 평화통일기도회’ 대규모 교인 동원 이면엔…
뙤약볕 아래 땀 흘리는 교인 vs 그늘 막에서 퍼레이드 하는 목회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9일 한국교회 교인 10만여명이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3시간이 넘도록 ‘광복70년 한국교회 평화통일 기도회’를 가졌다. 언론들은 폭염도 한국교회의 열심을 막지 못했다며 호평을 날렸다.

한국교회 역량을 총 결집하겠다는 준비위원회의 의도대로 행사는 대규모로 진행됐고, 사전에 조율을 거쳐 숭례문 뒤편부터 덕수궁 앞 등 시청까지 도로가 통제됐다. 무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는 대형 전광판도 설치됐다. 참여한 82개 교단은 교인들을 총 동원했다. 현장을 찾은 교인들은 준비된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규모 동원으로만 보면 성공적인 행사를 치러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용이다. ‘기도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기도 시간은 적었다. 행사 순서지에는 공동기도와 합심기도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기도문은 낭독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도합 30분이 채 못 됐다.

그렇다면 3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교인들은 무엇을 했나. 이들은 분열되고 찢어진 한국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목격하는 증인이 됐다.

사회를 비롯해 환영사, 메시지, 기도문 낭독 등에 무려 53명의 목회자·장로들이 나왔다. 기도회 메시지만도 4명의 목회자가 맡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기도회 메시지를 전했고,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환영사를 맡았다. 규모적인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 총회장들은 나란히 환영사를 전했다.

각 교단의 총회장이면서 준비위원회의 직책을 맡고 있는 목회자들이 순서를 맡아 줄줄이 얼굴을 보였다. 선언문 낭독에는 무려 12명의 목회자가 나섰으며 실천강령 제창에도 7명의 목회자가 나섰다. 이쯤 되면 한국교회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목회자들의 퍼레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도회 내용에는 평신도 청년, 여성, 어린이는 없었다. 목회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단면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다. 교인들은 목회자들의 설교에 ‘아멘’으로 장단을 맞추며 흘러내리는 땀을 참아내고, 주머니를 털어 헌금을 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 참여에 만족해야 했다.

기도회는 관심도 없이 자신들만의 집회를 여는 교인들도 있었다. 덕수궁 앞 쪽에 위치한 일부 교인들은 확성기를 키고 찬송가를 부르며 또 다른 집회를 진행했다.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기도했다는 표면적인 의미만 놓고는 평가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기도회가 교인 동원력을 내세운 목회자들의 권력 과시 잔치가 됐다는 비판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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