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연구부 공학박사 조영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공상과학영화 <아바타>를 지난주에 가까스로 표를 구해 보았다. 수년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본 3차원 영화 <터미네이터>의 실감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 편광안경을 쓰고 3D 디지털로 감상했는데, 절묘한 상상력과 최첨단 3D 그래픽 기술이 어우러져 화면은 장관을 이루었다. 사람의 눈이란 참 간사해서 앞으로 3차원이 아닌 영화는 그다지 끌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헐리웃에서 제작된 공상과학영화에서 나타난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인 로봇에 대한 이미지는 거의 적대적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아이로봇> 등 흥행에 성공한 공상과학영화에서 로봇은 인간을 위협하는 기계문명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종국에는 인류문명을 파괴하게 되리라는 비관적 설정에 로봇은 가장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주연배우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에서도 자신이 만든 <터미네이터2>에서의 액체금속 인간형로봇 T-1000처럼 악당이 조종하는 로봇슈트 AMP에게 인간에 적대적인 악역을 맡겨버린다. 사람이 만든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 악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에 파견하여 자원 채굴 및 토착민과의 대화를 모색할 선의의 목적으로 발휘되는 또 하나의 과학기술은 바로 생명과학(Bio-Technology)이다. 이 첨단의 생명과학은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족의 외형에 원격조정이 가능한 인간의 뇌를 결합시킨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킨다. 영화의 결말부분에 가면 생명과학이 지원하는 착한 인간과 로봇과학이 지원하는 악한 인간 사이에 격투가 벌어져 선이 악을 무찌르게 되는 뻔한 스토리로 마감된다.

이 대목에서 로봇과학을 전공하는 필자는 헐리웃 영화에서 로봇이 담당하는 악역에 항상 불만을 느낀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50년 후이니 그냥 재미로 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로봇이 위협적인 이미지로 각인되면 최근 국가에서 성장동력산업으로 지향하는 인간친화형 로봇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로봇슈트는 전문 용어로 착용형 로봇이라 부르는데, 인간의 동작의지를 감지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하여 필요에 따라 증폭된 힘으로 동작하는 로봇을 말한다. 일찍이 영화 <아이언 맨>에서도 등장했던 착용형 로봇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능가하여 심지어는 날아다니기까지 하지만, 실제로 이동 동작만 보았을 때 2006년 공개된 일본 토요타사의 아이풋이 최선의 제품인데 평지에서 시속 6km 정도로 걷는 수준에 와있고 험한 지형에서의 사용은 아직 꿈도 못 꾼다.

착용형 로봇의 실용화는 현재 두 방향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노약자나 장애인의 보행을 보조해 주는 재활로봇으로, 대표적으로 일본의 츠쿠바대학에서 개발한 HAL이라는 제품이 막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자동차 공장 등에서 로봇으로 아주 무거운 물건을 정교하게 움직여 조립할 때, 사람이 착용하고 힘을 느끼면서 조작하여 증폭된 힘으로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렇듯, 착용형 로봇만 해도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방향으로 기술개발과 실용화가 진행되고 있고, 미래에도 로봇은 대부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될 것으로 확신한다. 과학기술의 오남용이 인류에 재앙을 가져온 예는 공격형 군사무기에서 그 예가 있었지만, 최근 로봇이 미래 반인류의 원흉으로 묘사되는 공상과학 블록버스터 영화가 인기를 끄는 현실이 안타깝다.

1월에는 우주소년 아톰을 리메이크한 애니메이션영화 <아스트로보이>가 개봉된다고 한다. 인간을 지켜주며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톰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로봇 캐릭터이며 미래 이상형 로봇의 모습이다. 이처럼 로봇이 인간과 친하고 착한 동반자로 나오는 영화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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