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고의 향촌 계회 조직의 계회도 ‘금란반월회문’(위)과 정조가 직접 채점을 한 ‘이서구 답안지’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금란반월회문’ ‘징비록’ ‘효정왕후 한글 편지’ 등 92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실 조선실에 전시되는 유물을 대폭 교체했다. 특히 교체된 유물 중에는 박물관이 최근 구매해 관람객에게 처음 공개한 유물도 다수 포함됐다.

전시품 중에는 550년 전에 결성된 국내 최고의 향촌 계회 조직인 금란반월회(金蘭半月會)의 내력과 회의 규칙, 회원의 이름 등을 기록한 ‘금란반월회문’, 향촌의 동갑내기 문인들이 만든 조선 중기 희귀 계회도인 ‘갑을동계지도(甲乙同契之圖)’ 등이 눈길을 끈다.

금란반월회는 강릉 지역의 향촌 사회를 유학적 이념으로 개혁하기 위해 1466년(세조 12년) 음력 9월 9일에 강릉 지방의 유학자 16명이 결성한 단체다. 향촌 사회에 유학을 보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유득공, 박제가, 이덕무와 함께 한시 4대가로 꼽히는 이서구(1754∼1825년)가 정조의 명으로 작성하고 정조가 직접 채점을 한 시험 답안지다. 이 답안지는 이서구가 규장각의 초계문신 시절이었던 1785년(정조 9년) 10월 24일에 작성한 것으로 ‘작매예(嚼梅蘂, 매화 꽃잎을 씹다)’라는 제목의 시다.

이 밖에도 서애 류성룡의 임진왜란 기록인 ‘징비록(懲毖錄)’ 필사본, 1731년에 정혁선(1666~1733년)이 작성한 재산분배 기록, 헌종의 계비 효정왕후의 한글 편지 등 20여점의 유물이 처음 공개된다.

또한 고려 후기에 작성된 국보 131호 이태조 호적 원본, 정조가 왕세손으로 책봉되는 과정을 기록한 의궤, 정선의 세검정 그림, 사대부가 여성들이 사용했던 소품, 이탈리아 주간지에 실린 고종의 장례식 기사 등 중요 유물 50건 92점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교체 전시가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유물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주기적인 전시 교체를 통해 새로운 전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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