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 불광사에서 ‘종단개혁과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 결정’을 주제로 열린 ‘조계종 제5차 사대부중 100인 대중공사’에 참석한 스님이 소견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중앙종회의원 성화스님
개혁세력 ‘재심판결 무효’ 주장
“억측이자 또 다른 정치적 행위”

대흥사 수련원장 법인스님
재심 9가지 문제 짚어가며 반박
“주장만 하지 말고 근거를 대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이 멸빈(종단에서 영원히 추방)당한 전 총무원장 의현스님의 재심판결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종도들의 합의를 이끌기 위해 마련했던 ‘제5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대중공사에서 제기했던 일부 발언을 두고 참석자들이 ‘정치공세’ 공방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종회의원(종단 입법기관) 성화스님이 포문을 열었다. 이달 초 불교계 언론에 ‘100인 사부대중 참관기’를 게재한 성화스님은 “(의현스님의 재심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개혁세력들이 재심무효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스님은 이번 논란의 핵심에 대해 “서의현 스님이 1994년 자신의 체탈도첩(멸빈) 징계결정에 대해 21년이 지난 최근 재심신청을 한 것이 적법한 것인지, 또 호계원의 재심판결이 종헌종법에 따라 적법하게 심리판결을 한 것인지 여부만 가리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성화스님은 개혁세력이 재심판결의 잘못을 책임지고 재심호계위원을 전원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스님은 재심판결을 무효화할 수 있는 규정이 현행 종헌종법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억측 주장으로 몰아세웠다.

스님은 “재심결정 무효화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개혁세력)이 비판하는 또 다른 정치적 행위일 뿐”이라고 비난을 가했다.

재심판결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 삼화도량, 실천승가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단체들에 대해 “94년 개혁세력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단체들의 모습을 보면 종단개혁정신 계승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힐문하기도 했다.

끝으로 “재심판결에 대한 해결책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중앙종회 또는 특별위원회에서 종헌종법에 의해 사실관계와 정당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또 조사 결과에 따라 잘못된 것이 있다면 입법조치 등을 통해 바로잡아 나가면 될 것이다. 그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인스님 “근거 없는 주장”… 성화스님 비판

이에 대해 대흥사 수련원장 법인스님은 불교계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성화스님의 주장을 조목조목 짚어 반박했다. 법인스님은 반박글에서 의현 재심판결 결정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스님은 ‘종헌종법 위반’ ‘초심결정문 미송달 주장에 대한 검증 부재’ ‘청구자격 없는 자의 청구를 받아들인 위법한 판결’ ‘종회의장 성문스님의 사실상 변호인 역할’ ‘법무법인에 요청한 질문의 불공정성’ ‘사법기관 수장의 법에 대한 무지’ ‘호법부 논고의 의도적 인락’ ‘위법한 혜담스님 제척’ ‘한 재심호계위원과 의현스님 간 비문 써준 대가로 고액의 사례비 수수’ 등 9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스님은 “성화스님의 참관기를 끝까지 읽어봐도 ‘의현스님이 재심을 청구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법률적·사실적 근거를 대지도 않았다”며 “또한 재심판결이 종헌종법에 의해 적법하게 판결했는지에 대해서도 근거를 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법인스님은 “어떠한 근거를 말하지 않은 채 재심판결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역으로 비판하고 있다”며 “성화스님이 야말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억측 주장’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재심판결을 옹호하는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적하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성화스님이 근거도 없이 주장만을 펼쳐 또 다른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스님은 성화스님의 주장에 대해 “너무 비약적이고 자의적인 말씀인 것 같다. 성화스님의 은사스님도 개혁주체 세력인 것은 아시는지 묻고 싶다”며 “무슨 근거로 우리의 주장을 ‘억측 주장’이라 했고 ‘정치적 행위’라고 했는지 그 근거를 대 주기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이 100인 대중공사 참석자들에게 “종단의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화합하자”고 당부했다. 이번 대중공사 논의 결과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제5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참가자들은 지난 3일 팔공총림 동화사 염화실에서 종정 진제스님과 원로회의 부의장 명선스님 등을 예방했다. 이들은 대중공사 논의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스님은 참가자들이 진제스님에게 “과거사 문제는 종단이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는데 이런 일을 미리미리 해결하지 못한 점이 송구스럽다”며 “이번 대중공사를 계기로 향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해 불교가 화합·발전하는 방향으로 어른 스님들의 뜻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제스님은 “대중들이 뜻을 잘 모으라”는 말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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