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비운의 장소 ‘중명전(重明殿)’.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던 의미 깊은 곳이다. (사진제공: 문화재청)

광복 70년 기념 ‘중명전, 고난을 넘어 미래로’ 특별전 개최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은 일제에 의해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게 되고, 외교권을 강탈당했다. 또한 일제는 통감부를 설치해 대한제국을 사실상 식민통치하기 시작했다.

당시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비운의 장소는 ‘중명전(重明殿)’.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던 의미 깊은 곳 또한 중명전이다.

덕수궁 중명전은 궁궐 내에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오늘날 근대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중명전은 1897년경 독립문·정관헌 등을 설계한 러시아 건축가 사바찐(A.I.Sabatin)에 의해 황실 도서관으로 지어졌으며, 원래 명칭은 ‘수옥헌(漱玉軒)’이다.

중명전은 1901년 화재로 전소된 후 지금과 같은 2층 벽돌 건물로 재건됐다. 1904년 경운궁(현 덕수궁)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자, 고종이 수옥헌을 편전으로 사용하면서 중명전으로 격상됐다. 현재 중명전은 1925년 화재로 인해 벽면만 남았던 것을 복구한 것으로, 원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한제국의 운명과 깊은 연관이 있는 중 명전은 ‘광명이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는 전각’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명전은 우리나라 궁중에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이자,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시련의 근대사를 간직한 현장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올해 70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전시회·문화공연·체험활동 등 다양한 행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역사적 의의가 깊은 이곳 중명전에서도 광복 7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중명전, 고난을 넘어 미래로’가 오는 8일에서 9월 6일까지 열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중명전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비운의 장소이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던 의미 깊은 곳”이라며 “이번 특별전은 중명전이 을사늑약이라는 치욕의 공간이 아닌, 헤이그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대한제국의 자주성을 지키고 근대국가로 도약하고자 했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진열이 아니다. 첨단 장비를 활용한 체험형 전시로 많은 관람객이 당시 역사적 사건들을 생생하게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총 4개 부문으로 구성된 특별전은 ‘도입부’에서는 을사늑약 조약문과 일제의 강압에 의한 을사늑약 체결 현장을 영상과 음성으로 연출해 보여준다.

첫 번째 공간인 ‘고종황제의 고뇌, 그리고 헤이그’에서는 일제 침탈에 맞서 자주적 의지를 보여 주고자 했던 대한제국 선포 모습과 당시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던 헤이그 특사단의 안타까움을 삽화와 그래픽으로 소개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간 ‘독립을 위한 우리 민족의 노력’에서는 키네틱 영상 시스템을 활용해 관람객이 3·1만세 운동의 현장에 함께 참여하는 듯한 연출을 선보이고, 독립운동 관련 유물 등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전시 마지막 ‘종결부’에서는 광복 이후의 모습과 남북 분단의 시련, 현재의 모습을 렌티큘러 (lenticular) 기법으로 전시하고 태극기로 연출된 방명록을 작성하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 (사진제공: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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