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바로 보름 후, 분단 70년이 다가오는 오늘 남북한의 가장 치열한 대결장은 어디일까? 이념경쟁과 삶의 질 모두 대결은 사실상 끝났다. 유일한 대결은 다름 아닌 사이버전쟁이다. 벌써 남북한 사이 사이버전쟁은 7부 능선으로 다가가고 있으며 여기서 보다 공격적인 북한이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의 해킹 사건을 두고 우리 정치인들은 마치 ‘안보자해 행위’ 경쟁이라도 벌리듯 김정은의 만능보검을 강화시켜 주는 이른바 ‘정보기관 공격’을 벌이고 있어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이건 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동네 아낙네쯤으로 아는 건지 뭔지 자꾸 벌거벗기려는 가관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의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 2013년 8월 “사이버 공격은 무자비한 타격력을 보장하는 만능의 보검”이라며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전을 독려하였다. 북한은 현재 노동당 대남부서와 국방위원회 직속 정찰총국(총국장 김영철 대장) 등 7개 조직에 유능한 해커 1700여 명을 보유하고 국내외에서 사이버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역량 또한 42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2005〜2007년 홈페이지와 이메일 해킹 등에 주력하다 2008년부터는 채팅(IRC)·백신·자료공유(P2P)사이트 등을 이용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전으로 업그레이드하였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의 사이버 부대 전력은 무려 18만 명으로 알려졌으며, 배후 병력은 40만 명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육·해· 공·전략군에 이어 사이버군을 창설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현대화의 심장부로 불리고 있는 상해시 빌딩가에 자리 잡고 있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제3부 산하 61398부대가 해킹을 주도하고 있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이 부대는 2006년 이후 미국의 IT업계와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 기술 140건 이상을 해킹한 것으로 파악돼 위력을 검증받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자위대 통합 막료감부 휘하 지휘통신 시스템부에서 사이버 공간 방위대를 설치하며 사이버전 대열에 조금은 뒤늦게 뛰어들었다. 일본 사이버 방위대 예산은 무려 212억엔(약 2000억원)으로 뒤늦게 뛰어든 전쟁으로는 대단히 높은 액수이다. 바야흐로 한반도 주변의 사이버전 양상은 ‘새로운 전쟁’ ‘보이지 않는 전쟁’ ‘미래 전쟁’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북한은 향후 사이버전쟁으로 체제대결을 종식하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이 질서정연하게 사이버전의 지휘체계가 완성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사이버전의 분명한 컨트럴 타워가 정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국정원 해킹 문제는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대로 국민들이 우려할 만한 것이 못되며, 오히려 야당 정치세력의 ‘정보기관 공격’으로 국익이 크게 손상당하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바로 우리끼리 국력을 소모하며 옥신각신하는 이 순간에도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8시 현재 정부 및 국내 주요 기관에 대해 해외에서 사이버 공격이 진행된 건수는 1만 7000여건이었다. 오전 9시가 되자 공격 진행 건수가 3만 5000여건으로 급증했다. 이날 하루 총 100만 건 이상의 사이버 공격이 이뤄졌다. 시간당 평균 4만 1000여건이다. 공격을 시도한 IP는 주로 중국의 선양, 칭다오, 옌지 등이 발원지였다. 동남아와 미국 IP도 포함돼 있었다. 사이버 전쟁은 남북 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작년 10월 미 국무부 시스템을 거쳐 백악관 전산망에 침입,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 등 민감한 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문 닫기 직전의 말기적 체제유지를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는데 우리는 소모적인 ‘집안싸움’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역량을 자랑하는 미국 CIA의 사활적 격언은 “설명하지 말라”이다. 정녕 설명을 들으려면 그것은 국회 정보위원들로 제한해야 할 것이며, 여기서 국정감사니 뭐니 하는 정치공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아무에게나 자기를 노출시킨다면 그것은 벌써 정보기관이 아니다. 향후 김정은이 3~4년만 더 체제를 끌고 갈 수 있다면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우리를 추월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경제 및 이념경쟁에서 이겼다고 만세를 부를 때 북한이 보이지 않는 정보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소모적인 국가 정보기관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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