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10월 29일,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끼고 모자까지 눌러쓴 어머니 이씨와 두 아들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대표회장 진용식 목사)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이씨는 자신의 시아버지인 허 목사와 남편(목사)의 성범죄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 캡처)

‘사이비·이단’ 피해 주장하면
무조건 믿는 ‘이단 전문가’
사실 확인없이 기자회견 도와

‘집단혼음·성매매’ 엽기성범죄
어린 아들 입에서 술술 나오자

언론, 자극적 기사 쏟아내고
네티즌, 수사 촉구 여론몰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악마 목사 성범죄’ ‘사이비 목사 부자 성범죄’ ‘세모자 성폭행 사건’ 등으로 알려진 허모 목사 부자와 아내 이정희씨, 그의 두 아들과 관련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사실 여부를 떠난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아이들만은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하며 피해를 주장한 이정희씨는 도리어 자녀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는 등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신세가 됐다. 당초 이정희씨와 두 아들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고, 여론은 이씨를 지지하는 쪽으로만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급기야 허모 목사 부자는 온갖 비난과 욕설을 들으며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2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이 방영된 후 전세가 역전된 것. ‘세모자 사건’의 문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세모자 사건’이 알려지게 된 때는 지난 2014년 10월 29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3연수실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난 후다. ‘사이비 목사, A씨 부자 성범죄 의혹 철저 수사 촉구 위한 기자회견’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대표회장 진용식 목사)가 주최한 기자회견이다. 한국교회가 이단감별사로 인정하는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이었기에 개신교 언론들은 ‘사이비 목사’와 엽기적인 행각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쏟아냈다.

◆엽기적 성행위 발언 ‘술술’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정희씨와 두 아들이 진술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후 이 내용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할아버지인 허모 목사와 그 아들 목사가 며느리인 이정희씨와 두 아들을 성폭행했고, 또 아들 허 목사는 아내 이씨와 아들들을 집단 혼음과 성매매를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두 아들은 집단 성매매 피해를 당했다며 적나라한 성행위 장면 등을 설명했고, 이는 동영상으로 제작돼 여과 없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네티즌들은 사건 수사를 촉구한다는 명목으로 이 충격적인 내용을 각국 언어로 번역해 해외 사이트에 올렸다. 두 어린이의 입에서 엽기적인 성행위 묘사가 술술 나왔다.

이처럼 입증되지 않은 황당한 주장은 대국민 여론을 힘입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세모자를 보호하고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 네티즌들은 네이버 카페 ‘상처 많지만 아름다운 여자’를 만들고 이씨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 언론에서는 사실 확인 없이 이씨의 일방적인 입장을 대변한 어뷰징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 언론은 관련 기사에 댓글이 20만건 달렸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중국 웨이보에도 동영상이 게재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모자의 주장과 관련해 “진실의 힘인가”라고 표현했다.

◆드러나는 ‘대국민 사기극’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은 이들의 주장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취재 결과를 내놓았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당했다면서 충격적인 성행위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피식 웃는 등 피해자의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또 방송에서 세모자는 카메라가 꺼졌는지 확인을 하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넌 아주 설득력 있었어” 등의 대화를 나누다가 마이크가 켜진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이씨가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 남편 허 목사는 피자 배달부로 생계를 연명해나가고 있었다. 아울러 세모자의 배후 인물로 무속인 김모씨가 조명됐다.

방송에서 전문가들은 “(세모자가) 허 목사에게 당한 폭행부분은 신빙성이 있다”면서도 “성폭행, 집단 혼음, 성매매 등은 아무런 증거가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지난 23일 두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는 등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진용식 왜 기자회견 주도했을까

이번 ‘세모자 사건’은 고질적인 한국교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한번 이단·사이비로 찍히면 사건의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단 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해 반사회단체로 몰리기에 십상이다. 이번 사건도 이러한 세태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씨는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진용식 목사를 찾아가 상담을 진행했다. 진 목사는 이씨의 주장을 모두 수용했다. 허 목사 부자의 입장은 확인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진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미 사이비·이단으로 규정했기에 이씨의 주장을 전부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 목사의 입장에서는 ‘사이비 목사’로 규정된 이들을 비난하고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는 ‘불쌍한’ 세모자를 보호해주면 그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자회견이 미친 파장이다. 일부 매체들은 한국교회가 이단상담 전문가로 인정하는 진 목사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라는 단체의 공공성을 토대로, 일방적인 기자회견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다. 보도 이후 허 목사 측은 즉각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조목조목 반박했고, 양측의 입장을 담지 않고 편파적으로 보도한 한 언론은 반박 및 정정보도를 내는 수모를 겪었다. 이 일은 개신교계 내 사건으로 당시엔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올해 ‘세모자’와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이다.

물론 허 목사 부자에 대한 의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씨의 시아버지 허 목사는 1991년 여신도들과의 혼음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무혐의 판결이 났다. 남편 허 목사도 지난해 부산가정법원 이혼 판결문에 따르면 가정 폭력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한편 ㈔기독교이단사이비연구대책협의회는 지난 2009년 7월 7일 시아버지 허 목사에 대해 이단으로 규정했다. 현대종교도 지난 2011년 10월 15일 허 목사에 대해 이단·사이비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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