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이다. 잠정적 메르스 종식 선언에도 명동은 메르스 이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달가량 빚으로 유지
문 닫은 가게도 눈에 띄어
화장품매장, 여전히 ‘한산’
1~2달 새 회복 조짐 뚜렷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정말 죽겠어요. 겨울이나 돼야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 같아요.”

지난 28일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잠정 종식 선언에도 골목 상권의 한숨은 여전하다. 유동인구가 늘어나긴 했지만 주 고객층인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방문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29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명동. 메르스 이전 상황이라면 이동이 어려울 만큼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벼야 할 시간이다. 메르스가 한참 유행하던 시기보다 사람이 늘긴 했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명동 거리에서 옷가게를 하는 윤모(45)씨는 “메르스 종식 선언이 됐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며 “메르스 이후 두 달가량 생돈이 나가고 있다. 빚내서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예 문을 닫은 집도 눈에 띄었다. 윤씨는 “나와 봐야 장사도 안되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이틀에 한 번씩 나오거나 일찍 장사를 마무리하는 가게들이 많다”며 “가게까지 나오는 차비, 인건비, 관리비라도 줄여보자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종업원 이모(25)씨도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정상치엔 한참 부족하다”며 “이 시간이면 매장이 꽉 들어차야 하는 데 보이는 것처럼 한산하다”고 말했다. 얼마 없는 요우커를 유치하기 위해 이씨가 연신 “니하오”를 크게 외쳤지만, 그의 부름에 응답하는 고객은 없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음식 노점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손님이 없으니 팔기 위해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던 것. 이들은 명동 거리가 메르스 이전의 활기를 되찾으려면 최소 1~2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국인 방문이 많은 남대문 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러나 시장 방문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상인들은 “골라, 골라! 시원한 바지가 5000원”을 외치며 고객을 유치하느라 바빴지만, 기념품과 김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상인들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대현(46)씨는 “장사하는 사람들은 딱 보면 안다. 중국인과 일본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가게는 내국인 대상이라 메르스 이전 수입을 회복했지만, 외국인 대상 가게들은 아직 사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행업계의 회복 조짐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달 초순까지 전혀 없었던 외래 관광객의 방한 예약이 하순 들어 하루 평균 500여명(8월 말~9월 방한 기준)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정부도 관광업 정상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2300억원을 조기 투입하고, 오는 10월까지 중화권·일본 여행사와 언론사 관계자를 초대하는 대규모 팸투어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공사에서 추진 중인 ‘방한 시장 회복 100일 작전’의 하나로 중화권 언론인 대규모 초청행사를 계획했다”며 “한국여행의 안전성과 새로운 방한 상품 개발로 연계될 수 있도록 기획해 중국 국경절이 시작되는 10월까지 방한 관광시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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