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연서시장
신미나(1978~)

눈 오는데 목욕하고 팥죽이나 먹으러 갈까

고사리, 양지, 사태, 홍어삼합, 서비스로 줘도 못 먹는 홍어애 코다리찜, 채반에 건져 놓은 소면에 김이 풍풍 솟고

모듬전, 빈대떡, 순대 국밥 지나 팔뚝 김밥집에 시금치, 계란, 단무지가 제사 음식 쌓듯이 수북하니

현정이네, 도연네, 연신네, 진주네, 그냥 지나치면 정말로 섭섭한 것 같은 섭섭이네 까지 한 바퀴 돌고 나와도 그치지 않는 눈 맞으며 이 눈은 방앗간 시루에 쏟아지던 쌀가루 같다 생각하며

연서(涎曙)라니, 딸 이름으로 연서는 어떤가 둘째는 설리(雪里)도 좋겠네 아무러나 목욕 바구니 끼고 갔다 오는

[시평]

우리의 어린 시절, 불광동은 시내버스 종점이 있던 서울의 끝자락이었다. 그런데 연신내는 불광동보다 더 먼 곳에 자리하고 있는 아득한 동네였다. 삼각산 한 줄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이 마을을 지나기 때문에, 이 물줄기가 내를 이룬 것이 연신내이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리라. 인조반정 때 반정군의 하나인, 당시 장단부사였던 이서(李曙)의 지원군이 늦게 도착을 하여, ‘지각한 이서’를 임금이 늦게 만났기 때문에 ‘연신(延臣)’이라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그 유래가 무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모두 복개를 해서 개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 복개한 옆으로 참으로 소박한 시장이 벌려져 있다. 고사리, 양지, 사태, 홍어삼합, 서비스로 줘도 못 먹는 홍어애 코다리찜. 채반에 건져 놓은 소면에 김이 풍풍 솟고. 모듬전, 빈대떡, 순대국밥 지나 팔뚝 김밥집에 시금치, 계란, 단무지가 제사 음식 수북이 쌓여 있는, 참으로 사람들이 사는 듯한 시장.

이런 시장에를 들어가면 왠지 살아 있는 듯하다. 살아 숨을 쉬는 듯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듯하다. 목욕 바구니나 옆에 끼고 휘돌아보는 연시내 연서시장. 살아있는 듯한 사람들과 함께 맞는, 시루에서 쏟아지는 쌀가루 같은 눈은 또 어떠한 것일까.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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