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는 지하철 승객들이 임산부 배려석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리를 양보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했다. 변경된 임산 부 배려석 모습. (사진출처: 서울시)
서울시, 일반석과 차이 없던 배려석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변경
네티즌 “시민의식 개선 필요” “노약석부터 잘 지켜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 다음 달 출산 예정인 이혜민(가 명, 27, 여)씨는 최근 버스를 이용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가 임산부석을 앉아서 가고 있는데 한 할 아버지가 오더니 “일어나! 나 앉아야 돼”라며 자리에서 나오라고 한 것이다. 달리는 버스에서 움직임이 불편 한 만삭인 이씨가 일어나지 않자 할아버지는 “빨리 나와”라며 다그쳤다. 결국 이씨가 일어나려고 하자 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왜 임산부한테 일어나라고 하는 것이냐”고 지적 했고 할아버지는 “임신이 대수냐! 벼슬이냐!”고 소리 질렀다. 이씨는 “다른 의자도 많은데 굳이 내가 앉은 임산부 배려석에서 비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동안 일반석과 별 차이가 없었던 임산부 배려석이 새단장을 한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참여도가 저조했기 때문에 눈에 띄게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임산부 배려석을 단장 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의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시는 “지하철 승객들이 임산부 배려석을 한눈에 알아보고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도록 임산부 배려석 디자인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7월 말부터 2·5호선에 개선 디자인을 시범적으로 적용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승객이 자리에 앉으면 벽에 붙어 있는 엠블럼이 가려져 자리에 앉은 일반시민이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쉽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시는 ‘임산부 배 려존(zone)’이라는 개념으로 좌석과 등받이, 바닥까지 ‘분홍색’으로 연출해 주목도를 높이기로 했다.

엠블럼도 분홍색 바탕에 누구나 임산부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허리를 짚고 있는 임신한 여성을 형상화한 픽토그램을 그려 넣었다. 바닥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를 넣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네이트에서 진행한 ‘눈에 확 띄는 임산부 배려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1만 5905명의 시민 가운데 81%(1만 2946명)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17%(2762명)로 적었다.

이수미(가명, 30, 여)씨는 “임산부가 있으면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배가 조금 나와서 임산부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분들한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이렇게 눈에 띄게 하면 비워놓을 수 있어 양보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석이 아닌 노약자석에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찬성(가명, 32, 남)씨는 “우리나라처럼 노약자석이 있는 나라는 외국에 없다. 노약자에 임산부도 포함돼 있는데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차지해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현재 있는 배려석이나 잘 지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홍복성(30, 남)씨는 “양보는 의무가 아니라 배려다. 솔직히 지금 노약자석도 임산부 배려석으로 구분 해놨는데 별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시트 색깔보다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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