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옥수(70)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이모네식당 입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모네식당 사장 신옥수씨
노숙인의 ‘수호천사’… 어려운 사람 돕기 위해 ‘투잡’
낮에는 이모네식당 운영, 밤에는 폐지 줍기 환경정화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낮에는 식당을 운영하고, 밤에는 폐지 및 박스 등의 재활용품을 줍는 일명 ‘투잡’을 하는 여사장이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거주하고 있는 신옥수(70, 여)씨다.

충남 서산 안면도가 출생부터 40세까지 보낸 고향이지만, 용산은 30년간을 살아온 제2의 고향이다. 19세 때 부모에 의해 강제로 결혼을 하면서 신씨는 자신의 의지를 포기해야만 했다. 하고 싶은 것도, 꿈꾸는 것도 많았을 젊은 처녀는 오로지 남편과 다섯 명의 자식을 위해 뒷바라지 하며 사는 것이 전부였다.

신씨의 장남이 철도전문대학 부속고등학교인 철도고등학교(용산구 소재 국립고등학교, 1986년 폐교)에 입학하게 되자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서울에 올라와 삼각지에 거처를 마련하게 된다. 이것이 용산구와 현재까지 30년간을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용산구에서 살고 있는 시간이 신씨는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라고 말한다. 대체 왜일까. 신씨는 식당운영을 15년째 하고 있고 현재 위치해 있는 이모네식당에서는 11년째다. 그것도 직원 하나 두지 않고 혼자 운영해 온 것이다. 그리고 밤에 폐지와 박스 줍는 일은 20년째다. 식당일을 하느라 무척 피곤할 법한데도 특별히 몸져눕지 않는 이상은 절대 폐휴지 줍는 일을 쉬는 적이 없었다.

돈을 악착같이 벌기 위해서 신씨가 이같이 ‘투잡’을 하는 걸까. 오히려 신씨는 돈을 모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이유는 신씨가 봉사하고 어려운 사람 돕는 일을 천성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모네식당에는 특히 노숙자들이 많이 들린다. 신씨가 주변에 노숙자가 보이면 식당으로 데리고 와서 공짜로 밥을 먹여 보내기 때문. 이뿐만이 아니다. 노숙자에게 아이스크림에 사탕 등 먹을 것은 기본이며 양말, 속옷 등을 사주는가 하면 이발소에 데리고 가서 이발시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목욕도 시킨단다. 그러다보니 주변 노숙자들에게 입소문이 난 것이다. 또 부모 없는 고아에게는 신발이나 옷 등을 사주고, 독거노인이나 아빠와 아이 단둘이 사는 집에 가서는 빨래랑 밥을 지어주기도 한다.

이쯤이면 신씨의 이모네식당 운영 목적이 영리를 위함이 아니라는 점을 눈치 챘을 것이다. 그는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가슴이 아프고 심할 때는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노숙인을 식당에 데리고 오면 손님 떨어진다거나 또 씻겨주면 병 옮긴다는 충고가 있었다. 그래도 돈 버는 것보단 이게 난 더 좋아. 도와주다가 병나서 죽으면 오히려 영광이지. 하하”라고 말하며 시원스럽게 웃는다.

또 그는 밤부터 새벽까지 박스 및 폐지 줍는 일을 20년간 꼬박꼬박 하고 다녔다. 가끔 못 움직일 정도로 병이 난 적 외에 웬만해선 거르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는 박스 줍다가 팔이 두 번이나 부러지는 사고도 당했다고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폐지 줍는 것 뿐 아니라 길거리에 담배꽁초와 술 먹고 나서 지저분한 흔적까지 청소하는 등의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신씨는 “밤에 운동 삼아 하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환경도 깨끗해지니 일석이조인 셈”이라 말한다. 박스 등을 주워 벌은 돈은 고스란히 불쌍한 이들을 위해 썼다. 창고에는 밤새 혹은 며칠간 주운 박스가 쌓여 있는데, 신씨는 이를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 가는 이에게 양보한다. 그는 “고정적으로 박스를 가지러 오는 사람이 있는데, 팔고 나서 나한테는 조금만 떼 줘도 기쁘다”고 말할 정도로 욕심이 없었고, 자신이 건강해지고 환경정화가 된다는 측면에서 보람을 느꼈다.

▲ 신씨가 밤새 모은 박스를 창고에서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리고 흡연하는 청소년을 발견하게 되면 그는 무조건 피우지 못하게 하면 반감이 생기기 때문에 부드럽게 “담배를 피우면 몸에 안 좋다, 속이 새까맣게 탄다”등의 말로 이야기하며 절제를 제안한다. 여학생인 경우 “나중에 아기 낳을 때 힘들다”라는 말 등으로 서서히 줄여가서 나중에는 금연까지 하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어느새 친해졌다. 이로 인해 신씨는 청소년지도위원회로 위촉되기도 했으며 구청장 표창장을 3번(1997, 2012, 2014)이나 수상했다.

▲ 신옥수씨가 자신이 받은 청소년 지도위원 위촉장(왼쪽 사진)과 용산구청장 표창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이 같은 봉사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남을 도와주니 내 자식들이 다 잘 되더라. 그래서 보람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식당에 있는 TV가 고장 나서 자녀가 새로 사라고 준 돈도 고스란히 노숙인에게 나눠주거나 이를 위해 다 써버렸다. 자녀와 며느리들이 휴가 시즌에 어디 놀러가자고 해도 신씨는 절대 안 간다. 이유는 노숙인이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식당으로 오면 무료로 밥을 먹도록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여생을 편하게 보내도록 가족들이 늘 권하지만 못 말리는 노숙인들의 수호천사다. 10년 전에 남편과 사별했음에도 신옥수씨는 결코 외롭지 않다. 오히려 청춘을 자랑하고 있는 신씨의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투잡’은 식을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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