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 특별전서 서안·책가도 등 유물 전시
사랑방 유물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도 선봬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옛 선조들은 집을 지을 때 ‘사랑방’만큼은 빼놓지 않았다. 사랑방은 남성들의 침실이자 거실이고 서재였으며, 응접실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안채’가 아녀자들의 주거 공간이라면 ‘사랑방’은 남성들의 생활공간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유교의 윤리관에 따라 부귀를 직접 드러내는 행동을 속된 것으로 여겼으며, 고고한 지조를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방도 검소하게 꾸몄다. 대개 자연목의 특징이 드러나면서도 과다한 치장이나 복잡한 장식이 없는 가구를 선호했다.

또한 선비들은 사랑방에서 낮은 담장 사이로 산천초목을 감상했고, 풍류를 즐기며, 자연과 더불어 벗과 함께 시를 읊고 담소를 나눴다.

온양민속박물관이 개관 37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오는 8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온양민속박물관 4전시실에서 특별전 ‘사랑방, 삶의 여유를 담다’를 연다. 같은 기간 구정아트센터에서는 현대 작가 콜라보레이션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는 선조들의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의·식·주 연속 기획전으로,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식(食)’과 관련 ‘부엌, 삶의 지혜를 담다’展, 지난 4월에는 ‘의(衣)’와 관련해 ‘옷, 삶의 품격을 담다’를 전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주(住)’와 관련된 전시를 통해 당시 선비들의 유물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주거 생활상을 살펴본다. 또한 현대 작가들이 오늘날 생활상에 접목해 재구성한 전시 작품도 소개한다.

사랑방은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선비들의 학문을 위한 장소이자 후학(後學)을 양성하는 교육 장소였다.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 남녀공간은 철저하게 구별됐으며, 남자는 7세가 되면 어머니의 품을 떠나 사랑방으로 거처를 옮겨 글공부와 학문을 배우면서 선비의 생활을 시작했다. 서안, 책궤, 서산, 책가도, 벼루, 먹, 묵상, 연적, 필통, 서진, 지통, 고비 등의 유물을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사랑방은 가문의 권위와 위용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가구에는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화려한 장식이나 색채를 쓰지 않았다. 가께수리, 이층장, 관복함, 망건통, 갓집, 약장, 의걸이장 등 사랑방 가구를 통해 배움과 행동이 일치됐던 선비의 덕망, 이상향을 담은 소박했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사랑방은 손님을 맞이하는 대화의 장소이자, 예술을 즐기며, 시화(詩畵)가 이루어지는 소통 공간으로의 역할이 컸다. 사대부의 격조 높은 소양 중 하나는 거문고를 연주하는 일이었으며, 여가에는 바둑과 장기를 두며 풍류를 즐겼다. 목침, 좌장, 죽부인, 담뱃서랍, 거문고, 바둑판 등을 통해 선비들의 ‘유유자적(悠悠自適)’을 느낄 수 있다.

현대 작가 콜라보레이션 전시에는 양민하(영상), 이에스더(그래픽), 허준율(사진)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별로 박물관에 소장된 책가도, 문방사우, 화로, 요강 등 사랑방에서 사용했던 대표적인 유물을 선정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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