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징용피해자는 법적상황 달라” 한일합방에 따른 일본 국민으로 해석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강제징용자들에게 최근 공식 사과한 데 이어 영국·네덜란드·중국에게도 사과할 의사를 밝혔다. 반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선 또다시 외면한 채 법적상황이 다르다고 언급해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도쿄발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오카모토 유키오 사외이사는 이날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카모토 이사는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에게도 앞서 미군 피해자들에게 한 것처럼 기회가 있다면 똑같이 사과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인 강제노역 징용자들과도 원만한 해법을 찾고 싶다고 언급했다. 오카모토 이사는 “개인적으로 중국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은 배상금 요구 소송을 하고 있어 해법은 돈과 관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선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사과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은 미쓰비시가 현재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와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소송 중이라는 점을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는 일본이 1910년 한국을 강제병합 했기 때문에 당시 조선인이 법적으로 일본 국민이라 보고 법적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운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AP는 1938년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한국인 역시 다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징용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카모토 이사는 한일합병 등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했다. 오 이사는 “"한국의 국가 정체성을 지운 합병에 대해 애초부터 근본적인 죄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한국인을 일본의 2등 시민으로 만들려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회사들이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우리 회사의 강제노역이 전쟁포로를 가장 심하게 괴롭힌 만큼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이에 “피해자들과 원만한 해법을 찾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쓰비시 머티리얼 대표단은 지난 19일 미국 LA에서 미군 포로 징용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나 과거 강제노역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나,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 징용 피해자는 언급하지 않아 한·중으로부터 공분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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