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아한 자태를 보이고 있는 백련 ⓒ천지일보(뉴스천지)

동양 최대 백련 서식지… 2001년 한국판 기네스북 등재
“학 12마리가 백련 같아” 한 농부의 꿈으로 시작된 재배

[천지일보 무안=김미정 기자] 꽃이 피길 애달프게 기다리는 마음이 이러한 것일까. 축제가 열리려면 보름 정도가 남았지만 연꽃을 보고픈 마음에 20일 오전 무안 회산백련지를 찾았다. 7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지고 피고를 반복하는 연꽃. 일괄적으로 피는 꽃이 아니기에 화려한 장관은 볼 수 없었지만, 절제된 미를 자랑하는 그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룡리에 자리한 회산백련지. 이곳이 원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랬던 곳이 이젠 동양 최대의 연꽃서식지로 지난 2001년 한국판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매해 8월 중순이면 열리는 무안연꽃축제. 올해도 어김없이 내달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열린다.

▲ 무안 회산백련지. 백련과 홍련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무안 회산백련지, 신비스런 탄생 배경 

한 농부의 꿈에서 시작해 연꽃으로 가득한 공원이 되기까지 40여년이 세월이 걸린 곳. 회산백련지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수동씨. 그가 1955년경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12주를 심은 후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열두 마리가 내려앉는 꿈을 꾸고 백련이 피어있는 모습과 같아 정성스레 키운 연이 해를 거듭해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저수지의 면적은 10만여평으로 두 개의 저수지가 합해져 인근 250㏊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작물의 젖줄 역할을 했다. 현재는 영산강종합개발로 저수지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수위가 낮아졌고 자연스레 연꽃이 자생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됐다. 그렇게 연꽃이 급속하게 퍼져 1997년부터 연꽃축제가 시작됐다.

무안 회산백련지에는 충남 이남 지방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가시연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학계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회산(回山)이라는 이름 또한 ‘온 세상의 기운이 다시 모인다’는 뜻으로 해마다 관광객의 방문 수가 느는 것도 어찌 보면 선현들의 높은 안목 덕이 아닐까.

▲ 무안 회산백련지에 노란 우산을 든 연인이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연꽃은 진흙 속에 있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이 비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도 없다.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고 우뚝 서 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아야 참맛을 느끼게 하니 연은 꽃 가운데 군자다.’ 송나라의 유학자 주돈이 연꽃을 보고 예찬한 말이다. 이렇듯 연꽃은 그 독특한 특성을 두고 귀감을 삼는 꽃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연꽃은 씨주머니 속에 많은 씨앗을 담고 있어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연꽃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홍연이 대부분이며 백련은 희귀할 뿐더러 연잎 사이에 피는 백련을 보면 정갈함과 수줍은 듯 살며시 피는 모습이 절개 있는 여인의 모습과 닮았다.

한편 연꽃축제가 열리는 회산백련지 물놀이장은 이미 7월 10일 개장해 지난 주말(18~19일)에는 1000여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무더운 여름. 무안의 연꽃축제를 시작으로 안동 하회마을보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무안 식영정을 거쳐 초의선사 탄생지, 홀통, 도리포 유원지를 돌아보며 뜨거운 더위를 전남 무안군에서 잠시 잊어보는 건 어떨까.

▲ 무안 회산백련지 야외에 있는 물놀이장. 사방으로 퍼지는 물보라가 더위를 잊게 만든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