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전염병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전염병과 관련해 정부가 간과하는 부분은 ‘지구온난화’다. 온난화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전염병이 더욱 빠르게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구의 온도는 매년 올라가고 있다. 이를 인지한다면 대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현재 메르스 종식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신종전염병의 잇따른 출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국내 보건의료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 3인을 통해 국내 의료시스템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컨트롤타워로 ‘질병관리처’ 세워야”


신종전염병 1~2년마다 생기는데
질병관리본부 전문성·인원 부족
질병 조기 발견할 감식체계 필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질병관리처’가 신설돼 전염병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신종전염병 자체는 자연계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며 “1970년 이후 지금까지 새로 발견되거나 변종으로 발견된 전염병이 30개가 넘는다. 결국 1~2년에 1개의 신종전염병이 항상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신종전염병은 얼마든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고, 외국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며 “질병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감식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메르스 대응 시스템에 대해선 “전염병 관리는 질병관리본부에서 해야 하는데, 전문성이나 인원수가 너무 부족하다. 이번에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해 컨트롤 타워의 혼선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전염병이 유입됐을 때 즉각 발견할 수 있는 감식체계가 잘 발달돼 있다”며 “조기발견 시 바로 초기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방역역량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그러면서 ‘질병관리처’ 신설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났듯 우리나라는 역학조사반과 전문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등으로 허점이 발생했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질병관리처’가 마련돼 메르스 사태 때 나타난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총무이사
주기적인 ‘신종전염병 교육’ 필요

美, 타국 신종전염병 조사하기도
우리도 국내 유입 안된 전염병
정부 의료진 교육으로 대비해야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아직 국내에 유입되지 않았지만 유행하는 신종전염병에 대해 정부가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의료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총무이사는 “솔직히 처음엔 메르스가 ‘가벼운 중동독감’이라고 생각했다.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지 않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젊은 사람이 많이 걸리고, 위험한 상황까지 발생하는 걸 보고 ‘위험한 독감이구나, 절대 걸리면 안 되는 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가 위험한 전염병이라는 것을 우리(의사들)가 직접 공부해서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도 결국 국가 방역 시스템이 뚫린 것”이라며 “당시에도 신종전염병 교육의 중요성이 거론됐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타국에 발생하는 신종전염병을 직접 조사하러 나간다. 하지만 국내는 저조하다”며 “역학조사 후 정부는 국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신종전염병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로 유입된 전염병에 대한 정보공유도 강조했다. 박 총무이사는 “정부가 5월 20일에 메르스가 어떤 병인지 자세히 알렸다면 확진·사망자가 많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 여파로 경제와 병원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보다 무서운 게 전염병”이라며 “정부는 아낌없이 투자해 감염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공공의료 확충만이 살길”

우리는 사회적 질병 예방 최악
중앙거점병원도 이용못할 지경

시스템·시설 구축, 교육 필요해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나 정책실장은 “보건의료시스템 자체가 작동이 안 되고 있다. 왜냐하면 공공의료 비중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스웨덴 등 유럽 복지 국가들은 의료자체를 정부나 사회가 보장해 주고 있어 공공의료가 최소 80%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 의료수출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염병 같은 사회적인 질병에 대한 예방은 거의 최악의 수준”이라며 “돈이 안 되다 보니 결국 공공병원의 병상 수를 축소하고 폐업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메르스 사태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취약점을 개선할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시설·장비의 구축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 정책실장은 “중앙거점 치료병원의 경우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용 못 하는 시설이 많았다”며 “평소 일반병원으로 사용되다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지정병원으로 가동되도록 교육과 훈련이 잘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 네트워크도 잘 구축해 지역 간 전파차단을 막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를 총괄하는 감염병 전문병원도 세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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