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국교 완전히 정상화됐음을 시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미국과 쿠바가 양국 수도에 있는 이익대표부를 각각 대사관으로 재개설함으로써 54년 만에 단절된 국교가 완전히 정상화됐음을 시사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혁명을 일으킨 이후 국교를 단절한 양국은 1977년 이익대표부를 설치해 영사업무를 담당해 왔다. 양국은 20일(현지시간) 각 수도에 위치한 대사관에서 문을 열어 대사관 업무를 시작했다.

쿠바 대사관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불과 2.5㎞ 정도 떨어진 곳에 3층짜리 석회석 건물로 지어져 1916년 설립됐으며, 국교가 단절된 이후에는 스위스 대사관으로부터 이익 보호를 받아왔다.

쿠바 대사관은 브루노 로드리게즈 외교장관이 이끄는 쿠바 대표단을 비롯한 500여명의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기념식을 거창하게 가졌다. 미국 측에서는 로베르타 제이콥슨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가 참석했다. 기념식에서 로드리게즈 장관은 기념사를 한 뒤 쿠바 국기를 공식으로 게양함으로써 쿠바 이익대표부가 대사관으로 승격했다.

기념식 거행에 앞서 미 국무부는 청사 1층 로비 아뜨리움에 걸린 192개국 상징 깃발에 쿠바 깃발을 추가했다.

반면 쿠바 수도 아바나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은 대사관 업무만 시작하고 별다른 대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냈다. 다만 존 케리 국무장관이 방문하는 내달 중순에 맞춰 공식 개관식을 가질 예정이다.

쿠바의 로드리게즈 장관은 개관식에 이어 미 국무부 청사에서 케리 장관과 회담을 가진다. 이 자리에서 로드리게즈 장관은 케리 장관에게 금수조치 등 경제제재 해제,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 부지 반환, 쿠바 정부 전복을 겨냥한 대(對)쿠바 라디오·TV방송 중단 등의 요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앞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1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경제제재 해제를 거듭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워싱턴 의회 내에서 국교정상화와 무역 엠바고 해제를 반대하고 있어 미국과 쿠바 간 외교에 당분간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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