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프로야구가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기로 들어가는 휴식기에 올스타전이 열린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공히 그렇다. 프로야구 스타선수와 팬들이 한데 모여 벌이는 축제니만큼 인기가 높다. 미국에서는 7월 14일(현지시간) 한 게임으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마쳤고, 일본은 17일과 18일에 양일간 치러졌다. 한국에서도 팬들의 관심 속에서 17일과 18일 이틀간에 걸쳐 올스타전이 열렸는 바, 첫날에는 퓨처스리그 경기, 둘째 날에는 ‘2015 KBO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지난주에 필자가 TV를 보던 중 스포츠 채널을 돌리다보니 마침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이 열리고 있어 잠시 시청했다. 식전 행사의 마지막 부분이었는데, 야구장 투수판이 있는 자리에 연로한 분 네 사람이 손을 잡고 모여 있었고 해설자는 전설이 모인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을 소개했으니 샌디 쿠팩스, 조니 벤치, 행크 아론 등 은퇴한 선수들이었다. 그 가운데 필자는 ‘홈런 왕’ 행크 아론을 기억하고 있어 관심 있게 봤는데, 그는 이미 81세로 노인이 되었지만 미국인들이나 야구팬들의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환호는 대단했다.

행크 아론이 미국 메이저리그 홈런왕으로 등극하기 전까지 홈런 기록은 베이브 루스(1935년 은퇴)가 가지고 있는 714개였다. 1974년 4월 8일, 마흔 살의 현역선수인 행크 아론은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스타디움에서 5만 3000여명의 관중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마침내 개인 통산 715번째 홈런을 쏘아 올려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을 경신했던 것이다. 그 후 그는 미국인으로부터 ‘흑인의 영웅’이란 칭호를 받으며, 은퇴 시까지 55개 홈런을 더 보태면서 미국 MLB 역사상 가장 많은 755개 홈런 대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 미국인에게 전설적인 인물이 된 행크 아론은 20세에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해 41세까지 21년간 현역 선수로 뛰었다. 통산 전적을 보면 타율 3할5리로 안타수는 3771개였고, 15시즌을 30개 이상 홈런을 쳤는데 40개 이상 홈런 기록도 8시즌이나 된다. 그러니 행크 아론에 대해 전형적인 홈런타자로 알겠지만 1963년도에는 홈런 44개, 도루 31개를 기록하기도 한 올라운드 플레이였으며 꾸준함이 만들어준 결과라고 팬들은 그를 평가했다.

33년째를 맞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가 40대 초반까지 현역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최소한 15년에서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팀 내에서 포지션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데, 그것은 프로세계의 생존경쟁에서 이겨내야 가능한 것이니 정말 어렵다. 그래서 내로라하던 많은 선수들이 30대 은퇴를 하는 현상도 이해가 간다. 그런 생각을 하며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안타 2318개를 쳐 양신(梁神)이란 별호까지 얻은 양준혁 스포츠해설 위원이 41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는 것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2015 KBO리그의 전반기 결과에서도 나타났지만 현역 선수 중 최고참인 이승엽, 임창룡, 박정진, 이호준 선수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들 선수는 1976년생 동갑으로 올해 마흔의 나이로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나타내면서 올스타전 ‘베스트 12’에 뽑혔다.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는 국내경기 최다 홈런 401개를 기록 중이고, 한화 투수 박정진은 49경기에 등판해 고무팔을 자랑하고 있는데, 마흔이라면 과거 같았으면 감독할 나이가 아닌가. 또한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감독 중 최고령인 한화 김성근 감독의 일거수일투족도 상반기 프로야구 내내 화젯거리가 됐는 바 만년 꼴찌 팀을 조련해 현재 5위를 달리고 있으니 비법이 달리 있음직하다.

어째든 지난주 수원의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퓨처스리그와 KBO리그 올스타전은 풍성한 얘깃거리와 함께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끝이 났다. 홈런 레이스와 퍼펙트피처 등도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마련된 일부 자금을 후원단체에 지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와 함께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출중한 선수들이 총출동하여 팬들을 위해 여름밤 ‘별들의 향연’을 펼쳐 보인 것은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성숙해진 결과로 의의가 크다.

올해 올스타전에서 드림팀(삼성-SK-두산-롯데-kt)이 나눔팀(넥센-NC-LG-KIA-한화)을 6대 3으로 이겼다. 경기 전에 한국야구사에 발전을 가져온 원로 김응용 전 감독 은퇴식이 마련된 것도 신선해 보인다. 스포츠든 사회조직이든 과거의 전통 위에서 새로운 전설이 만들어지는 법이니 프로야구계에서도 지난 것을 복습하고 새것을 아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절대적 학습인 것이다. 마흔이 넘었어도 2015 KBO리그 올스타로 선정된 노장 선수들의 간절함처럼 매순간마다 열정이 돋보인 올해 올스타전은 화합과 나눔을 전하는 성공적인 스포츠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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