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수현 대한정리정돈협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물건에 의인화해 볼 것 권유
정리정돈의 세 가지 원칙은
하우스·세로·끼리끼리 수납법

통찰력·인내심·체력 필요해
고객 만족에 ‘희열’ 느껴
매해 150% 성장 가능성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옷장을 열었는데 옷이 만원 버스처럼 꽉꽉 들어차 있어요. 그럼 어떨까요? 짜증 나고 힘들지 않을까요? 옷도 이런 환경에 매일 있으면 냄새도 나고 부정적인 기운을 내뿜습니다.”

대한정리정돈협회 황수연(47) 협회장은 고객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물건을 의인화해 볼 것을 권유한다. 처음에는 황당해 웃기만 하던 고객들도 설명을 듣고 나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정리는 모든 일의 시작이다”

그의 직업은 정리수납컨설턴트다. 그는 가정이나 회사 등을 찾아가 각각의 공간, 환경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공간별·용도별·사용자별로 물건을 분류해 체계적인 정리수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생활의 지혜와 정리정돈하는 생활 습관, 정리정돈을 통한 마음의 힐링 등을 핵심으로 인력 양성과 전문가 배출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정리정돈을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정리되지 않은 공간은 거친 기운을 뿜어내고 날카로운 기분과 말을 만들어 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짜증스러운 고성이 오고 가던 집도 정리정돈이 잘되면 들어가고 싶은 집, 사랑이 넘치는 집, 더 나아가 파티를 열고 싶은 집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리정돈은 단순한 청소를 넘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의 성향은 아름다운 공간에 머무르기 원하며, 아름다움이 더해져야 정리정돈의 지속성이 길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질서없이 냉장고에 가득 들어찼던 식료품이 하우스수납·세로수납·끼리끼리수납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사진제공: 대한정리정돈협회)

이 일에 먼저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는 황수연씨가 말하는 정리정돈의 세 가지 원칙은 하우스 수납법, 끼리끼리 수납법, 세로 수납법이다. 하우스 수납법은 물건이 들어갈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바구니 등을 통해 공간을 구분한 후 비슷한 것끼리 넣어준다. 예를 들어 계절별·구성원별 하우스를 만들어 옷을 보관하면 하우스 순서 교체만으로 계절별 옷 정리를 끝낼 수 있다. 그리고 물건을 넣을 때는 세워서 넣는다. 물건을 쌓아서 보관하면 찾기도 힘들고 찾는 과정에서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는 소분(小分)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간장, 기름 등 양념병은 모양도 제각각이고 부피도 커서 그대로 보관하면 비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같은 모양의 병에 나눠 담아 보관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며 “뚜껑 위에 라벨을 붙이면 찾기도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전문직업인으로

밝은 미소를 띠며 능수능란하게 정리정돈 강의를 진행하는 그는 5년 전만 해도 평범한 주부에 지나지 않았다. 정리정돈에 특별한 소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아줌마일 뿐이었다. 그러나 정리정돈의 세계에 입문한 후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2011년 서초여성회관에서 정리정돈전문가 과정 수료과정을 밟은 그는 정리정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같은 해 ‘정리정돈하기 좋은 날’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정리정돈에 대해 공유하고 연구·개발에 힘썼다.

고객과의 만남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2013년 5월 대한정리정돈협회를 만들었다. 그의 연구와 실무로 쌓은 노하우를 교재와 강의안으로 만들어 민간자격증 허가도 받았다. 현재 8기까지 수업이 진행됐다.

그는 “직업이 단절됐거나 살림하던 여성들은 사회에 나오는 데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정리정돈은 집안일과 연관돼 여성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직업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들 보기에 허드렛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그 감동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며 “고객이 공간의 변화를 느끼고 놀라워하는 모습에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나는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 (왼쪽) 놀이방 벽면에 수납공간을 마련해 아이 물건을 물품별로 정리한 모습이다. 아래칸은 바구니를 통한 하우스수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오른쪽) 식료품을 동일한 용기에 소분해 하우스수납을 한 모습이다. (사진제공: 대한정리정돈협회)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약 300명의 정리수납컨설턴트가 활동 중이다. 리서치회사인 Freedonia의 시장조사 결과 해외에서는 정리수납컨설팅 산업이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 정리수납컨설팅 업체의 매출과 정리 업계의 매출을 대략 추산해본 결과 2013년 기준으로 연간 약 30억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고 매해 150% 정도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물건을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며, 고객의 요청을 귀담아 듣고 컨설팅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대인관계 능력,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자세 등도 필요하다. 더불어 다양한 고객의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인내심, 끈기도 요구된다. 현장에서 주어진 정리컨설팅 업무를 완수하려면 체력도 중요한 요소다.

▲ 수박정리 꿀팁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