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새 빛이 솟아나게 되면 우리는 어둠을 잊고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호랑이 기운을 받아 모든 일들에 용맹스럽게 도전할 우리 시민들의 새해 소망을 담아 보았습니다.
“스펙 쌓기보다 역량 개발에 투자할 것”
경인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배재원(남, 23, 세종대 영어영문학과) 학생을 만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다. 대화 내내 ‘다, 나, 까’ 말투였다.
“노력하고 있는데 군대 말투 같습니까? 하하하….”
지난해 군대 제대 후 2학기에 복학한 배 씨는 처음에는 말투 때문에 상당히 위축된 것처럼 보였지만 “새로운 각오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맘껏 도전하고 싶다”며 새해 희망 계획을 밝혔다.
“대학생이라면 등록금이 안 올라가고 취업 잘 돼서 부모님 걱정 덜어드리는 것이 우선순위겠죠.” 그는 제일 먼저 등록금과 취업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배 씨는 너무 스펙 쌓기에 열중하다 자기만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배 씨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데일 카네기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을 살려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강사’가 되기를 소망했다.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사람 대하는 방법도 배웠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뀐 체험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는 것. 배 씨는 또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의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잘못된 사회의 모습을 꼬집어 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중학교 시절 호기심에 빠진 사진 찍는 취미를 살려 세종대 홍보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똑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어떤 관점에서 촬영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매력에 푹 빠졌단다.
“2010년아 기다려! 호랑이 기운 받고 비상할 내가 간다.” 배 씨는 희망찬 새해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
/장요한 기자 hani@newscj.com
경인년, 호랑이처럼 힘찬 한 해 되길
“올해 러시아에서 호랑이들을 들여올 계획입니다. 호랑이들을 잘 맞이해 적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 맹수사 사육사들에겐 큰 기쁨이 되겠죠. 하하.” 서울동물원 맹수사 정송영 사육사가 미소를 지으며 건넨 말이다.
안 그래도 2010년이 경인년인지라 신년 초부터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맹수사 사육사들에겐 경사이자 바쁜 해가 될 일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지난 한·러 환경협력회의 때 우리나라 환경부는 백두산 호랑이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를 요청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한국 호랑이, 조선범,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백두산 호랑이에 대한 우리 측 요청이 받아들여지자 서울동물원으로 이들의 보금자리가 결정 난 것이다.
정송영 사육사는 1984년 서울동물원이 생기고 1년이 지난 1985년도에 입사, 초창기 멤버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만한 세월을 동물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사슴, 대형조류 등을 거쳐 맹수사에서 호랑이들과 생활한 지는 1년도 안 됐다는 정 사육사는 몇 년 남지 않은 정년퇴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오랜 기간 동물원에서 사육사로서의 애로사항은 없는지 묻자, 오히려 동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사육사로서 행복하다는 게 정 사육사의 말이다.
아무래도 많은 동물들을 거쳐온지라 모든 사육사들의 신년 소망은 이와 같은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동물이 새끼를 낳아 행복한 가족을 꾸리는 것, 조성해준 생태환경에서 자기 수명을 다하는 것, 관람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해가 지나도 변함없는 사육사들의 희망입니다.”
/김예슬 기자 yes@newscj.com
“일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
“제가 나이는 좀 먹었지만 숫자에 불과하죠. 나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일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 능력이 있어요.”
서울역 L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 정상용(76) 할아버지의 주 업무는 바로 서빙이다. 주로 젊은이들의 일로 인식돼 온 서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정 할아버지는 “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일을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점장과의 입사 면접에서 “제가 나이는 먹었지만 일할 때 게으르거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며 “내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그만둘 때까지 최선을 다해 회사를 위해 충성하겠다”고 답변해 흔쾌히 수락을 받았단다.
게다가 30년 동안 미 8군에서 중요한 문서를 운반하는 운전업무를 맡아왔다는 정 할아버지는 일반 생활영어와 군사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서빙업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특히 패스트푸드점을 많이 찾는 외국인들이 주문할 경우 캐셔가 잘 알아듣지 못해 주문을 못 받을 때에는 미 8군에서 터득한 영어 실력을 발휘해 주문을 도와주기도 한다.
남양주시 와보읍에 살고 있는 정 할아버지는 새벽같이 전철을 타고 아침 7시부터 L패스트푸드점에서 서빙 업무를 6시간 동안 한 뒤, 곧장 다시 남양주시로 가서 시에서 운영하는 그린폴리스 일원이 된다.
젊은 사람들도 투잡하기 쉽지 않은데 70대 고령의 나이로 서빙뿐만 아니라 녹색 제복을 입고 거리를 나서 직접 청소년을 선도하는 일까지 감당하는 정 할아버지를 보면 젊은이들도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 정도다.
새해를 맞는 정 할아버지의 바람은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내년 계획도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일을 해 나갈 계획이예요. 또 제가 중학교 때부터 해온 운동이 탁구입니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탁구동호회를 결성해 건강도 유지하고 아이들도 가르치고 싶어요.”
/유영선 기자 sun@newscj.com
“어려운 이웃들도 잘 사는 세상 기대”
“머리만 예쁘게 잘라 드리는 게 다가 아니라 손님 입이 귀에 걸려 즐거운 모습으로 문을 나설 때까지 만족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입니다.”
2009년 어려웠던 경제사정에 신종플루 여파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겨 미용실을 더 어렵게 운영했다는 미작헤어갤러리(서울시 중구 만리동 2가) 원장 박규리 씨. 박 원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 생각에만 갇혀 머리를 푹 숙이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으면 될 것도 안 된다”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년 넘게 ‘가위질’만 해왔다는 박 원장은 “간신히 평상유지만 할 정도의 매출 정도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으니 2010년엔 모쪼록 경기가 확 풀려서 어려운 사람들이 기 좀 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다양해지는 기호에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박 원장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헤어스타일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이름도 특이하고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 원장은 “원장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신문이나 TV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으며 여러 세미나를 찾아가 시대를 읽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자기 분야에 열심인 모습을 내비쳤다.
또 그는 “요즘 경제가 어려워 미용협회에 가서 얘길 들어보면 5명 고용인을 3명으로, 3명 고용인을 1명으로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서비스를 잘해 드려 ‘단골확보’를 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2010년 경인년 새해 소망을 묻는 말에 그는 “머리카락을 자르면 사람이 깔끔해 보이고 정돈이 되듯 우리나라 경제도 자를 건 자르고 정돈 좀 돼서 나보다 어려운 이웃도 잘사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백하나 기자 bhainj@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