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등 경기침체 지속
‘기업인 사면’에 무게 실려

최태원·최재원 사면 1순위
구본상·김승연도 가능성↑

총수 부재에 움츠러든 SK
총수 귀환에 탄력받는 한화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광복절 특사’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기업인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금 국민들의 삶이 어려운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면에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인과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월 5900여명 규모의 서민 생계형 사범에 대한 특사만 있었을 뿐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경제인 사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메르스 사태에 그리스 디폴트 위기, 중국 증시 폭락까지 잇따른 대내외 악재로 인한 내수부진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30대 그룹 사장단은 지난 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긴급 간담회를 연 뒤 채택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을 통해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이 포함될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등이 가장 유력한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형기의 1/3을 마쳐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이호전 전 태광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등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태원 회장은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 1월 말부터 복역 중이다. 최 회장은 오는 19일 복역한 지 900일째를 맞는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특히 SK그룹은 최 회장의 사면이 그 어느 곳보다 절실하다. SK는 최 회장이 없는 동안 진행된 인수합병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등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오너의 부재가 아쉬웠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SK네트웍스는 최근 그간 사활을 걸고 뛰어든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최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전문경영인 체제하에서는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김승연 회장이 돌아온 한화그룹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회장이 복귀한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한화그룹은 굵직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한화는 지난해 말 삼성과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부문 빅딜, 올해 4월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인프라 수주, 같은 달 한화큐셀의 1조원대 태양광 모듈 수주, 최근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 사업권 획득까지 총 4건의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삼성의 4개 계열사 인수로 자산규모가 37조원에서 55조원까지 불면서 한진그룹을 제치고 재계 9위로 뛰어 올랐다. 김승연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재계의 분위기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 역시 형 집행 기간 중인 만큼 대표이사직 수행이 불가능해 경영복귀를 위해서는 사면이 절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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