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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ㆍ컬럼리스트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많은 관객이 울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더 가슴 아프게 감상했다고 한다. 수만 시간의 안보교육보다 이 영화 한 편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말도 듣는다. 영화평론가들의 평이 어떻든 대한민국의 안보와 군인의 소중함을 절감시켜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NLL을 사수하는 우리 해군장병들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나는 영화였다. 24시간 언제라도 비상벨 소리만 들어도 완전군장으로 집합하여 전투준비를 갖추는 이들의 일상에 감동을 받는다.

아! 우리 아들딸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구나. 눈물이 핑 돈다.

영화 속에는 우리 젊은 군인들의 처절한 전우애와 책임감이 묻어나 있다. 부상당하여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목숨이 붙어있는 순간까지 지휘하던 정장 윤영하 소령, 죽으면서도 키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조타장 한상국 하사, 전우를 살리려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갑판을 헤매고 다닌 위생병 박동혁 상병, 이들의 처절함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다. 이 같은 책임감으로 뭉친 군인들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진정 밝다.

영화 ‘연평해전’은 아직도 한반도는 전쟁 중이라는 것을 실감시켜준다. 언제 어디서 또 북한 군인들과 접전할지 모른다. 영화를 보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한 것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북한 함정에도 타격은 줬지만 앞으로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한의 선제공격을 막으려면 함정이 더 크고 우수해야 하며 장착된 무기나 장비도 더 첨단화돼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은 서해 NLL 함정을 현대화하고 무기도 대폭 개선,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제3의 연평해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중지를 모아야 한다.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 지도 13년. 우리는 NLL을 사수하다 산화한 장병들을 얼마나 기억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부상당한 장병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예우를 받고 있는지, 국가는 그 가족들의 상처를 얼마나 보듬어줬는지 살펴야 한다. 영화계에서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김학순 감독은 우리들에게 이런 소중한 마음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도 큰일을 한 셈이다.

당시 박동형 상병을 치료했던 주치의 장모 전 군의관은 영화를 보고난 후 “연평해전에서 사망한 6명의 장병이 전부 ‘순직’ 처리가 됐으나 전투로 인한 죽음이므로 ‘전사’로 처리해 예우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외면한 전사자들이 이 영화를 통해 널리 기억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들 영웅들은 아직도 전사자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리당략과 감투에만 전전긍긍하는 이 시대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정쟁을 중지하고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토수호를 위해 고귀한 피를 흘린 참수리 357호 영웅들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 7년 만에 완성됐다고 한다. 재벌들이 운영하는 영화 투자사들이 냉담했던 것은 정치색을 우려한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고(故) 윤영하 소령이 졸업한 송도고교에서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6100여만원을 전달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눈물겨운 정성들이 모여 ‘국민영화 연평해전’이 완성된 셈이다.

처절하게 싸우다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간 영화 속의 해군장병들과 지금도 155마일 휴전선과 철야 해안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우리 군인들을 생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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