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보라! 계백의 5천 결사대와 김유신·관창을 위시로 한 신라의 화랑부대, 연개소문이 지위하는 고구려의 중장기병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적진을 향해 돌격한다. 이어 조선의 용장 권율이 표호하며 뛰쳐나가고 임경업과 남이가 그를 보좌한다.

거기에 의병장들, 안중근, 윤봉길의 독립군 부대, 최영을 필두로 한 고려군단, 대조영의 발해군단, 최무선의 무적함대가 가세하고, 일본의 영웅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합류한다. 이들은 모두 이순신 장군의 부대가 되어 한 몸처럼 적과의 일전을 치른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웅들의 대전이 펼쳐진다! 물론 이승의 전투는 아니지만, 제법 잘 짜여진 작가의 구성이 소설의 몰입도를 높여간다. 소설의 전개는 작가 자신이 죽은 영웅들과 간신배들이 모여 있는 ‘중간계’로 가면서 시작된다.

스스로 이순신 장군의 교도(敎徒)라고 밝힌 작가는 이순신 장군과 한·일 영웅들과 무뢰배들을 한 명씩 인터뷰해 가며 시간에 묻힌 임진왜란 전후의 진실을 파헤쳐간다.

노량에서 적 탄환에 맞아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순신 장군의 최후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고, 선조의 무능력함, 원균의 탐욕, 도요토미가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원인 등이 속속 드러난다.

이 소설을 상상의 나래만 펴고 접는 환타지 소설쯤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작가의 엄청난 지식들이 하나하나의 글에 녹아들어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까지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전한다. 스스로 황제라 칭했던 이징옥이라든지 닌자였다가 이순신 장군을 흠모해 수하가 된 준사에 관한 이야기 등 쉽게 조명되지 않는 역사의 인물들이 비중 있는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한다.

소설의 말미는 중간계의 대전(大戰)으로 장식된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한·일 용장들의 정예부대와 원균과 도요토미가 지휘하는 엄청난 규모의 부대가 격돌한다. 수많은 희생으로 이순신 장군의 부대가 승리하게 되지만, 선조와 이순신 장군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다시 역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게 된다.

이 소설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창안할 수 있는 소설이야 말로 장군에게 바치는 최상의 경배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첫머리를 장식한 작가의 말처럼 임진왜란의 새로운 맛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스스로 이순신 장군을 추앙한다면 한 번쯤은 정독해야 할 필독서임은 분명하다.

배상열 지음/왕의 서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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