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오른쪽)과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왼쪽)이 지난 2월 27일 ‘봉은사역’ 명칭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등 돌린 한교연
“연합기관이 일치 정신 훼손
분열의 단초 제공하는 셈”

前 대표회장
퇴출
이단 해제 ‘장본인’ 홍재철 목사
창립교단과 함께 한기총서 제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술렁이고 있다. 대표적인 교단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의 행보에 심기가 매우 불편해진 교단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은 ‘이단 규정·해제’다. 애초에 한기총은 여러 교단이 모여 연합체를 만들었고, 이에 한 단체이긴 하지만 각 교단마다 이단 규정에 대한 입장은 전혀 달랐다. 그럼에도 한기총이 이단 규정·해제라는 무리수를 던져 결국 분열과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기총은 이 문제 때문에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빠져나간 회원교단을 복귀시키고 분열됐던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과 연합해 보고자 각 교단에서 전문위원을 추천받아 류광수 목사에 대한 이단 재심사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분열만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10일 한교연은 한기총의 이단 규정 및 해제 행보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두 단체는 최근 동성애 및 봉은사역 명칭 문제로 손을 잡는 듯 했지만 ‘이단 규정·해제’와 관련해서는 하나 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이단 비호 기관과 함께할 수 없다”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은 긴급 성명을 내고 “각 교단이 신학적인 연구 심의를 거쳐 규정한 이단을 비호하고 감싸는 그 어떤 기관과도 결코 함께할 수 없음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양 대표회장이 강조한 ‘기관’은 바로 한기총이다.

그는 “이단 규정과 해제는 각 교단의 고유 권한이며 연합기관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만일 연합기관이 교단의 신학적 입장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연합기관이 오히려 일치와 연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는 전날 한기총이 한교연과의 분리 원인이 된 개혁총회 류광수(전 다락방) 목사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단 해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실행위원회를 열고 “전문위원들 및 검증위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며 위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기독론이나 구원론 등의 신학 근본 사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교회론에 있어서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이단성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한기총은 홍재철 전 대표회장 때 이단성이 해제된 목회자를 재검증하고자 이단검증특별위원회(위원장 오관석 목사)를 지난 2월 27일 설치하고 각 교단에 공문을 보내 추천을 받아 전문위원을 위촉했다. 이후 4개월여 만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보고서 변조 논란… “이단 해제 무효”

하지만 이 결의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일부 전문위원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변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위원들은 이번 실행위에서 결정된 결과가 아닌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재철 전 대표회장 재임 시절 이뤄진 모든 이단 해제 결정을 무효로 할 것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이 대표회장에게 보고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길자연 목사도 교단 입장을 거론하며 검증특별위원회 자문위원직을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기총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번 실행위 결과는 한기총 내부에서 류 목사 측을 비호하는 세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또 두 번이나 류 목사에 대해 이단 해제 결정을 내렸기에 번복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보고서 변조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지 않을 시 또 다른 회원탈퇴 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교연과의 통합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전 대표회장 제명한 한기총

한편 류 목사의 이단 해제에 앞장섰던 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제명처리를 당했다. 홍 목사가 지난달 16일 열린 한기총 긴급임원회 결과에 대해 순복하지 않고 ‘임원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기총은 명백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제명이유를 설명했다.

홍 목사는 대표회장 당시 후원금 사용과 관련해 유용의혹에 휘말렸고, ‘후원금조사 특별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되자 이를 막고자 사회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홍 목사에 대해 ‘자격정지’와 ‘제명’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무기명 비밀 투표를 통해 제명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그가 창립한 교단인 예장총회도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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