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우리사회에서 전염병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계기였다. 앞으로 전염병 유행에 철저히 대비한다면 귀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건이기도 했다. 전염병과 관련해 정부가 간과하는 부분은 ‘지구온난화’다. 온난화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지구는 자정능력을 잃었다. 그 결과 전염병이 더욱 빠르게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구의 온도는 매년 올라가고 있다. 이를 인지한다면 대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번 연재기사를 통해 온난화와 전염병,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 뜨거워지고 있는 한반도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더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아열대성 대벌레가 서울 한복판에 출현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남미·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성 전염병이 국내에 창궐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말라리아·뎅기열’ 유입 우려

환경부와 기상청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20세기 들어 큰 상승세를 보였다. 1954~1999년까지 10년마다 연평균 0.23도씩 올랐지만 2001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0.5도가 올라 두 배 이상의 온도 상승이 일어났다. 보고서는 온난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100년까지 한반도의 기온은 4.5도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도 열대성 질환에 대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도 감염병 감시연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63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00여명 증가한 수치다.

뎅기열도 비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해외 여행객 외에 뎅기열 감염 환자(지난해 165명)가 나온 사례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에서는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이른바 ‘토착형 감염 환자’가 발생해 우리나라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뎅기열은 사망률이 비교적 낮더라도 특별한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어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는 위험하다. 현재 동남아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에서는 뎅기열이 급속도로 퍼져 사망자가 늘고 있다.

또한 2013년에 콜레라 감염자가 3명 신고됐으며, 이들은 모두 인도에서 감염된 국외유입사례였다. 지난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는 북중미 발병 한 달 만에 한국을 포함한 34개 국가로 퍼졌다.

 

◆교통 발달→ 질병 확대 속도 급증

특히 갈수록 해외 생활이 많아지고 교통이 발달하는 것은 대륙 간 질병 확대 속도를 빠르게 한다. 실제로 해외유입 감염병은 지속 증가추세로 2009년 200명 내외로 신고됐다가 2010년 이후 약 350명이 신고됐다. 2014년에는 400건이 신고됐다.

2014년 신고된 주요 해외유입 감염병은 뎅기열(41%), 말라리아(20%), 세균성이질(10%), 장티푸스(6%), A형간염(5%), 홍역(5%) 등 순이다.

주요 유입 국가는 필리핀(92건), 인도네시아(34건), 베트남(29건), 인도(26건)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 약 80%를 차지했다. 가나,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지역도 17%나 됐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세기 말 이미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한 바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14세기, 유럽 인구의 1/3을 몰살시킨 ‘페스트 재앙’이 21세기에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위험성 높은 전염병은 국민을 더욱 큰 공포에 몰아넣는다. 지난해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다. 에볼라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최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병은 지난 1976년 아프리카 수단과 콩고의 시골 마을 주민과 의료진 397명을 몰살시키며 출현했으나 이후 사라졌다. 하지만 19년 만인 1995년 콩고에서 재발한 뒤 꾸준히 발생하는 추세다.

메르스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지난 5월 말 메르스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계속 증가했다. 12일 현재 메르스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상황이 종료된 게 아니어서 국민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가 이미 아열대에 속했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하고 그에 맞는 재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메르스 사태 때도 우리나라는 대처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며 “이번 메르스 사태를 시작으로 아열대·열대 등 여러 호흡기 질환이 발병한 사례를 조사하고 연구한 후 국내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매뉴얼과 대비책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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