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의 진화… 젊은층도 속수무책 ⓒ천지일보(뉴스천지)
가짜 홈페이지 접속 유도
20~30대 여성 주요 타깃
인출책 75%도 20~30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행해졌던 보이스피싱의 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지면서 젊은층에서도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구인·구직을 통해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층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케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만 일어나는 범죄?… NO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변하면서 어르신들이 아닌 젊은층에서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29일~6월 25일 보이스피싱 범죄 3463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피해자가 32.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0대가 24.3%로 뒤를 이었다. 20~30대가 전체 피해자의 과반(57.1%)인 것이다.

40대는 13.3%, 50대 14.1%, 60대 18.4%, 70대 이상 15.5%로 고령층이 젊은층보다 비중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0대는 18.8%에서 32.9%로 두 배가량 늘었고, 30대도 같은 기간 19.5%에서 24.2%로 증가했다. 반면 60대 이상의 비중은 33.9%에서 14.3%로 절반 이상 줄었다.

경찰은 젊은층의 피해가 늘어난 이유를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의 변화에서 꼽는다. 최근 들어 가짜(피싱)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해 금융정보를 캐낸 뒤 범인이 직접 인터넷뱅킹을 통해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피싱결합형’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범죄에 속아 넘어가려면 피해자가 인터넷을 조작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20~30대가 범죄 대상이 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20~30대 여성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결혼 등을 대비해 목돈을 저축해 놓았을 가능성이 크고, 수사기관 사칭에 쉽게 속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보기에 20~30대 여성이 모아놓은 돈도 있고 인터넷뱅킹도 할 줄 알아 효율적인 피해자가 된다”며 “여성들은 아무래도 수사기관 관련 직·간접 경험이 적어 수사기관 사칭에 남성들보다 더 속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생활고에 범죄 가담하는 젊은이들

‘청년 실업’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에 젊은이들이 가담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구인·구직 사이트에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려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실제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29일~6월 25일 검거한 보이스피싱 인출책 483명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45.0%, 30대가 30.2%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젊은층이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전락한 이유는 생활고 때문으로 드러났다. 검거된 인출책의 83.2%는 무직이었다. 또한 인출책의 절반가량이 구인·구직사이트(20.7%)나 지인의 소개(29.8%)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변찮은 직업이 없는 20~30대가 아르바이트 거리라도 찾다가 ‘고액 알바’라는 꼬임에 넘어가 보이스피싱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여러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일, 물품보관함에서 물건을 찾아오는 일, 콜센터에서 대본에 따라 전화하는 일 등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젊은이들을 인출책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불법인 줄을 알면서도 벌이가 좋아 애써 자신의 범행에 눈감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명백히 보이스피싱 조직을 돕는 것으로 가담 정도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며 “비정상적인 현금 인출을 지시하는 등 보이스피싱이 의심될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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