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채널 히어로액션에서 ‘공자’ 드라마가 재방영되고 있다. 공자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지식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웬만한 사람이면 ‘논어’를 떠올리게 마련이고, 인(仁)과 예(禮)를 중시한 중국의 옛 성현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필자도 그간에 읽은 책을 통해 공자를 알고 있었지만, 지난번 방영된 ‘공자’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면서 성현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는 바, TV 드라마 같은 시청각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공자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최종회를 보면서 교훈적이고, 좋은 말들이 많이 나와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워 핸드폰으로 그 장면들을 찍어 보관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폰에 저장된 사진 자료를 뒤적이다가 다시 그 장면들을 보게 된 것이다. 최종회에서는 공자가 운명하기 직전에 자신이 겪어온 이야기와 세상 사람들이 지니며 새겨들어야 할 진솔한 내용들이었으니 얼마나 유용한가. 다시 읽어가며 필자는 ‘역시 공자님 말씀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공자 말씀에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 즉 예도(禮道)가 핵심을 이룬다. 노(魯)나라에 기거할 때에 터득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노나라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인근의 위(衛), 송(宋), 진(陳)나라 등 여러 나라를 주유(周遊)하면서 몸소 겪고 느끼며 제자들과 함께 논의해 정리한 이야기들이 많다.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와 함께 공자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집대성한 춘추(春秋)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므로 정치, 사회, 문화, 풍습 등이 총망라되고 있다.

제자들이 3000명이었고, 학당과 같은 정해진 장소 없이 야외에서라도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공자는 매진했다. 그런 타입이니 공자를 두고 정치엔 관심이 없는 성현이라 할만도 하겠으나 그렇지가 않다. 바른 정치를 펴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공자는 그의 나이 52세 때 노나라에서 현재 법무부 장관 자리인 대사구(大司寇) 직을 마다하고 더 큰 세상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를 찾기 위해 나섰음은 당대 최고의 정략가로서 천하 백성들을 더 편하게 살게끔 하기 위한 혜안이었고, 공자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백성이 편하게 함에 있는 정도(正道)의 정치였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도를 걷는 바른 정치를 통한 민주주의의 신장과 국민 행복 증진은 민주국가에서 지상과제다. 그것은 훌륭한 정치지도자와 지혜로운 국민 몫인데, 아쉽게도 국내 정치 상황은 여전히 뒤숭숭하다. 그러잖아도 후진적이고 구태(舊態) 정치를 몰아내야 할 마당에 지금은 ‘거부권 정국’이 몰고 온 파장으로 인해 좋은 정치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타협과 대화로 풀어 가야 할 정치 무대에서 서로 상대를 탓하고 헐뜯는 못난 정치가 됐으니 정치 지도자가 국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하고 있는 한심한 시기다.

이렇게 정국이 꼬이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민은 참다운 정치지도자상을 원하고, 통 큰 리더십을 흠모하는 시기에, 그에 합당한 게 바로 공자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위에서 언급한 공자 최종회에서 공자가 옛일을 회상하며 답하는 데서 정치덕목을 찾을 수가 있다. 자신에게 치국(治國)의 처세를 묻는 과거 일을 회상하면서 공자가 답하는 대목을 소개해본다.

“한마디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그런 말이 있소이까?”라는 물음에 공자는 답한다. “없습니다. 허나 비슷한 말은 있습니다. 임금 노릇 하기도 어렵고 신하 노릇 하기도 어렵다. 임금 노릇이 힘든 걸 안다면 나라를 흥하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그러자 “그럼 한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할 말은?”하고 다시 물음이 이어진다. 이에 공자는 “그 역시 없습니다. 허나 비슷한 말은 있습니다. 군주의 기쁨은 아무도 거역하지 않는 것이다. 군주가 좋은 건 누구도 거역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군주의 뜻이 선한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게 아닌데도 거역하지 못하는 거라면 큰 화가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공자에게 묻는다. “군주가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군주를 섬기려면 어찌해야 하오?” 공자는 지체 없이 “군주가 예로 신하를 대하면 신하는 충으로 섬길 겁니다” 성현의 말씀은 여기서 끝이 났다.

이처럼 공자는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인(仁)과 예(禮)를 내세웠던 성현이다. 또한 정치 이념과 덕목에서 시대정신을 꿰뚫어 본 당대 최고의 정치가이자 평론가요, 야심가였다. 그의 정치셈법의 정곡인 ‘군주가 예로 신하를 대하면 신하는 충성으로 섬길 것’이라는 말은 비록 군신시대가 아닌 오늘날에도 대인간 신뢰를 얻기 위한 바른 언행이어서, 정치지도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절대 교훈인 것이다. ‘공자’ 이야기는 위정자들이 나라를 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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