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우리사회에서 전염병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계기였다. 앞으로 전염병 유행에 철저히 대비한다면 귀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건이기도 했다. 전염병과 관련해 정부가 간과하는 부분은 ‘지구온난화’다. 온난화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지구는 자정능력을 잃었다. 그 결과 전염병이 더욱 빠르게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구의 온도는 매년 올라가고 있다. 이를 인지한다면 대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번 연재기사를 통해 온난화와 전염병,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 ⓒ천지일보(뉴스천지)

퇴치됐던 ‘말라리아’ 등 곤충매개질환
다시 증가… 전문가 “기후변화 연관”

신종전염병 75%는 ‘인수공통전염병’
사람에게 항체 없어… 감염 시 치명적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난 100년간 세계 기온은 0.7℃ 상승했다. 산업기술 발달과 온실가스 배출 탓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 기온은 전 세계 평균의 두 배 수준인 1.5℃ 올랐다. 앞으로 2~5℃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온난화가 진행되면 기후 변화와 함께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인류의 생명도 위협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전염병’을 통해서다.

◆1℃ 오르면 전염병 4.27% 증가

실제로 지구온난화는 전염병의 발생 속도를 높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시체계 개선 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온도 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 영향을 예측한 결과, 국내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경우 5가지 전염병의 평균 발생률은 4.27%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가지 전염병은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세균성이질, 렙토스피라, 장염비브리오 등 주로 따뜻한 지역에서 창궐하는 질병이다.

말라리아, 쯔쯔가무시병과 같은 전형적인 매개 질환은 약 40년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의 퇴치된 것으로 여겨진다. 위생 개념이 커지고, 벌레를 박멸하는 다양한 살충제가 등장하면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곤충매개질환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꼽는다.

더 큰 문제는 ‘신종전염병’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신종전염병의 약 75%는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동물 모두 걸리는 전염병을 말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척추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동물이 전염의 주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과 동물이 공동으로 감염될 수 있는 질환들을 총칭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메르스 등이 인수공통전염병에 속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동물에게 먼저 있던 병이어서 사람에겐 이에 대한 항체가 없다. 사람이 감염될 경우 매우 치명적인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09년 4월부터 유행된 신종플루로 인해 2010년 8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 850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263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했다. 또한 사스가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하면서 30개국에서 8096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774명이 사망했다.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유럽질병예방통제청(ECDC)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전 세계 메르스 환자는 총 23개 국가에서 1167명이 발생했으며, 이 중 479명이 사망했다. 이 메르스가 국내에도 상륙하면서 현재까지(9일 오전 기준) 35명이 사망했다.

▲ (사진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규모 질병 발생 예방 대책 시급

전문가들은 인수공통전염병이 기후에 민감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신종전염병이 언제든지 국내에서 발병할 수 있으므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우송 책임연구원의 ‘인수공통감염병 연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과 관련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은 120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약 30~40% 정도가 국내에서 발병 가능한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고시된 인수공통전염병은 10여종에 이른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지리적 분포가 비교적 뚜렷하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국내 온도가 올라갈수록 신종전염병 노출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풍토병, 뎅기열 등도 얼마든지 국내로 유입된 후 확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인수공통전염병은 인간사회에 유행하는 다른 질병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동물과 매개곤충의 생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고, 역학조사에서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질병 발생 예방 및 관리를 위해 국제기구 간 협력 체계 구축 또한 절실하다”며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신흥 인수공통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가축질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기후 온난화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질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로 질병감염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신종플루 등 새로운 질병 플랜이 생기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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