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대강당에서 열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상대 메르스 피해 손해배상 청구 공익소송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된 173번 환자의 아들 김형지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메르스 피해자, 국가·병원 상대 첫 소송

유족·격리자 손배소 제기
“정보 차단해 피해 확산”
결과 따라 줄소송 가능성
보건당국 “배상 고려 안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과 격리자 일부가 9일 국가와 병원 측을 상대로 첫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메르스 사망 유가족과 일부 격리자들을 대신해 손해배상 청구 공익소송 3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정부를 상대로 메르스 피해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5번, 173번 확진 사망자 유가족과 일부 격리 가족으로 된 원고 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등 피고를 대상으로 감염병 관리와 치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메르스 환자가 다른 이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원고가 예견했음에도 이를 막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를 차단해 피해를 확대시켰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익소송은 환자 안전을 무시한 채 환자격감을 우려한 나머지 감염병 발생사실을 숨겨 감염되지 않았거나 감염을 조기진단치료 받을 수 있는 많은 환자에게 감염과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기관과 메르스 감염병 관리 등 공공의료체계와 공공인력양성에 실패한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물음으로써 국민의 생명보호와 공공의료의 확충을 촉구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은 병원 측의 과실로 ▲결과 예견 가능성 ▲조기검진, 치료의무 위반 ▲가족 면회제한 위반 ▲확진 후 국가감염병관리기관으로 전원 의무 등을 꼽았다.

국가 등의 과실로는 ▲공기중 전파예견, 2~4차 감염 위험예견 ▲공개 의무 ▲강제검진, 강제입원치료, 시설폐쇄 등 경찰강제 의무 ▲공공의료확충, 공공의료인력 양성 의무 등을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메르스 사태 피해자에 의한 첫 손해배상 청구 사례로 피해자 입장에서 정부 책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서는 다른 피해자들의 줄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부의 손해배상 관련 방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 유가족에 대해 장례비 외에 손해배상 등 별도의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유가족 손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현재로선 추가적인 지원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권덕철 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사망 환자 유가족들에게 지급 결정한 장례비 1000만원과 화장 지원비 300만원 지급, 격리 대상자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 등 그간의 지원 대책을 들어 이같이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 사망자는 35명으로 전일과 같은 수를 유지했다. 격리자는 689명으로 122명이 감소했다. 이로써 격리 해제자는 125명이 늘어 1만 5886명이 됐고, 퇴원자는 1명이 늘어 12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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