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관계회복이 미치는 영향

중국과 일본이 급속하게 밀착하고 있다.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일본 하토야마 정권의 등장과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의 발전이 두 나라 ‘밀월관계’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초 일본 집권당의 간사장 오자와 이치로 일행의 방중 당시 오자와 간사장의 “일중관계는 일미관계와 함께 일본에 중요하다”라는 발언은 중국과의 개선된 관계를 방증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더 가까이 공조하며 양국 간 민감한 사안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세계적 도전에 공동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역사문제와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갈등을 빚던 양국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하토야마 정권이 제창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및 ‘세계 금융위기 공동 대응’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일본 또한 역사를 직시하고 타이완 및 티베트 문제에서 중국 뜻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시사했다.

오랫동안 반목하며 갈등관계에 놓여있던 중일 관계가 변한 이유는 양국 정치 풍토가 질적으로 변화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호 실익을 타진할 상황이 조성된 분위기 때문이다. 미일 동맹의 틀에서 움직이던 일본이 중국과의 건설적인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북한의 개혁·개방 방향은?

북한은 중국이 대대적으로 추진 중인 동북진흥계획에 의존해 경제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중국과의 국경지대를 경제개발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그동안 준비해온 경제개혁 조처가 지난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뒤 더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화폐개혁 뒤 북한은 물자 유통이 이뤄지지 않아 물가가 두 배씩 올랐지만 북한 정부는 경제개혁 조처를 내놓으면서 국가가 비축해놓은 식량과 생필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서구나 중국식이 아닌 국가가 강력히 통제하고 주도하는 ‘조선식 시장경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중국의 힘에 ‘편승’해 경제개혁을 이끌어 간다면 북한의 자원과 시장은 중국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북한에 한정된 자원과 시장을 놓고 한국과 중국은 필연적으로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조선식 시장경제’가 중국의 주도하에 완성되면 북한의 물류망이 모두 중국으로 연결되고 나진특구에 북한 인력이 대거 배치되면 개성공단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힘을 잃어가는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 발 경제위기를 통해 예전의 ‘초강대국 미국’의 이미지는 상쇄된 지 오래다. 절대적인 힘을 가졌던 미국의 힘에 공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힘의 공백을 틈타 세계는 중국, 일본, 러시아, EU와 미국 등이 다투는 글로벌 춘추전국의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이들 간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다극체제는 삼극체제나 양극체제보다 불안정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보다 안정적인 삼극체제나 양극체제로 전환돼 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판세를 감안하면 ‘상처 입은 사자’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축, 중국과 인도·일본·한국 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축, 유럽연합인 EU 축이 삼국시대와 같은 판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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