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동국대 인근 연구실에서 만난 김선근(71) 동국대 불교대학 인도철학과 명예교수이자 전 한국불교학회장이 법화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선근 전 한국불교학회장ㆍ동국대 이사를 만나다

부처가 남긴 최고의 불경 ‘법화경’
남은 생애, 법화경 설하며 살고파

법화경·금강경 사경하며 치유경험
성철스님 친견 이후 사제지간 돼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책으로 꽉 찬 연구실에 은은한 연잎차 향기가 퍼졌다.

김선근(71) 동국대 불교대학 인도철학과 명예교수의 법화경에 대한 설명도 깊어졌다. 법화경으로 불리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의미가 연꽃을 품고 있어서인지 연잎차 향기가 더 진하게 다가왔다.

불가에서 최고의 경서로 꼽는 법화경의 대가를 찾던 중 불교계 인사의 추천으로 만난 김선근 전 한국불교학회장 겸 동국대 이사. 그는 2003년부터 하루 1시간씩 법화경과 금강경을 산스크리트어, 영어, 한자어로 사경(寫經: 법문을 베끼는 일)해 벌써 30회를 넘게 사경했다.

그가 꺼내든 닳고 닳은 법화경이 오롯이 지난 시간을 대변했다. 그는 2011년에 동국대를 정년퇴임할 당시 ‘법화경 신앙과 사상’을 발간하기도 했다. 법화경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 온 김 교수를 지난 6일 동국대 인근 연구실에서 만났다.
▲ 법화경으로 불리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불가에서 최고의 경서로 꼽는다. 김 교수는 2003년부터 하루 1시간씩 법화경과 금강경을 산스크리트어, 영어, 한자어로 사경(寫經: 법문을 베끼는 일)해 벌써 30회를 넘게 사경했다. 그가 꺼내든 닳고 닳은 법화경이 오롯이 지난 시간을 대변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법화경으로 치유 받은 삶

김 교수가 본격적으로 법화경을 사경하게 된 이유는 어느 날 찾아온 몹쓸 병 때문이었다. “아마도 갑상선 암이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사경과 수행에 들어갔다. 법문을 쓰면서 마음에 새기고 뜻을 생각하며 수행에 정진했다. 그리고 얼마 뒤 재검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실제 법화경에는 법화경을 읽고 수행하면 질병이 낫는다는 기록이 있다. 김 교수는 “법화경은 최고의 경서이며 그 심오함이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동국대 사태 해결에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한 차례 쓰러졌지만,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과거처럼 사경과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나의 스승, 성철스님과의 인연

김 교수는 성철스님의 애제자이기도 하다. 성철스님과의 인연은 1965년 새내기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하기 수련회를 범어사에서 마치고 선배 구도회원들과 함께 선지식(善知識) 친견 법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김용사(金龍寺)를 찾아 성철스님을 처음 만났다.

당시 성철스님을 친견하기 위해선 부처님께 3천 배를 올려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일행은 한여름에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졸도를 거듭하며 3천 배를 올린 후 겨우 성철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3천 배를 하면서 도(道, 진리)를 닦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귀한 길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됐다. 성철스님이 젊은 수행자 시절에 도를 체득하기 위해 10년간 장좌불와(長坐不臥)했다는 것이 얼마나 고뇌에 찬 기나긴 자기와의 싸움이었겠는가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또 ‘싸움터에서 백만 인을 이기기보다, 자기를 정복하는 자가 정말 위대한 승리자다’라는 부처의 가르침도 깨우치게 됐다.

그 후 성철스님에 대한 경외심으로 의문과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거의 매해 방학 때마다 성철스님을 찾아뵈며 인연을 맺었다. 육사 군법사 시절엔 생도들을 데리고 매년 성철스님이 있는 백련암을 찾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성철스님은 찾아온 생도들에게 중도(中道)로 살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고 강조했다”고 회상했다.

◆종교는 하나 ‘자유·평화·생명’ 추구

김 교수는 “법화경이나 간디의 철학은 물론 모든 종교가 궁극적으로 자유와 평화, 생명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가 하나 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모든 종교의 도(道), 진리는 결국 하나”라면서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종교가 하나 되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자신의 삶의 목적이 “불성생명(佛性生命)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했다. 불성생명은 영원 편재(遍在)하는 생명, 태양빛보다 더 밝고 빛나는 생명, 평화를 실현한 생명을 뜻한다.

그는 “우리 자신이 불성생명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보고 부처님께 불공(佛供)하는 마음으로 행동하게 된다”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살고 움직이고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인도하는 법화경의 뜻을 남은 생 동안 널리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김 교수가 내뱉는 말 속엔 수도자의 깊은 깨달음이 녹아있었다. 그가 존경했던 스승 성철스님이 남다른 깨달음으로 세상을 맑혔듯 김 교수 역시 탁수에서 피어오른 연꽃처럼 세상을 맑히고 있음을 느끼며 연구실 문을 나섰다.

▲ 대표적인 대승경전인 법화경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준말로 연꽃(The Lotus Sutra)이 탁수에서 아름답게 피어오르듯 중생들이 더럽고 탁해진 세상 속에서 부처로 성불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경서임을 뜻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법화경이란?
대표적인 대승경전인 법화경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준말로 연꽃(The Lotus Sutra)이 탁수에서 아름답게 피어오르듯 중생들이 더럽고 탁해진 세상 속에서 부처로 성불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경서임을 뜻한다.

묘법(妙法)이란 부처가 설하는 멋진 가르침을 말하며 연화(蓮華)란 그 부처의 가르침이 연꽃과 같다는 뜻이다. 법화경은 석가가 불법을 설한 50년 중 가장 마지막 시기인 8년간 마가다국의 영취산 등에서 설했다.

불가에서는 법화경 이전의 석가의 가르침은 부처의 진실한 가르침이 아닌 權敎(권교: 임시 가르침)이고, 법화경에서 설하는 것이 부처의 본의라 하고 있다.

법화경은 “如是我聞(여시아문: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이라는 어구로 시작돼 경전 전체가 석가의 ‘영취산(靈鷲山)상의 수훈’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법화경의 법사품에는 ‘부처를 욕하는 것보다 법화경을 수행한 자를 비웃는 죄가 더 크다’는 표현이 있을 만큼 법화경은 여타 불경과는 그 가치가 확연히 다름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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