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밑 한강과 인근 홍제천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수돗물 사용하기가) 꺼림칙하지. 안 봤으면 모를까.”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인근에 있는 홍제천.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강진태(77, 남,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삐쭉 내밀었다. 홍제천이 초록색으로 변한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강씨는 “서울에 살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시에선 안전하다고 하는데 못 믿겠다. 그 많던 물고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한강의 지천 중 하나인 홍제천은 이날 진한 녹조라떼를 연상케 했다. 더 가까이 가자 악취가 났다. 하얗던 하천변 바닥은 페인트칠을 한 듯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물고기가 많아 먹잇감을 찾거나 휴식하러 온 백로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는 백로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이날도 백로 2마리가 녹색으로 변한 물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휙 날아가 버렸다.

성산대교 쪽으로 올라가 봤다. 성인의 팔뚝만한 물고기가 죽어 배를 드러낸 채 강물 위를 떠다녔다. 지느러미엔 녹조 부유물이 한가득 묻어 있었다.

양화대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시민은 “홍제천이야 물이 고여 있어서 녹조현상이 심하다 치더라도 여기는 물이 그나마 흐르는 곳인데 이렇게 심각할 수가 있느냐”며 강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른 시민들도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한강의 녹조현상이 신기한 듯 바라봤다.

▲ 조류경보가 확대된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인근 홍제천이 녹색빛을 띠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강 하류 조류 농도 상승… 독성물질도 검출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 하류 전 지점에서 조류 농도가 더 짙어지고 있다. 시는 지난달 30일 잠실보 하류구간인 잠실대교~행주대교에 조류 경보를 내린 데 이어 지난 3일 양화대교∼동작대교 구간에도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이번 녹조현상은 시기와 농도, 장소 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조류경보제는 조류 주의보, 경보, 대발생으로 나뉜다. 지금까지 한강 서울 구간에서는 총 8차례 조류주의보가 발령된 바 있다. 주의보가 아닌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주의보 발령 시기가 가장 빨랐던 2008년(7월 15일)보다 보름이나 일찍 경보가 발령됐다. 한강 하류 구간에서 먼저 녹조가 관측된 것도 이례적이다.

시는 올해 6월 팔당댐 방류량이 예년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물의 흐름이 정체된 것이 이번 녹조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강 하류는 밀물과 썰물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해면의 높이에 영향을 받는데, 하천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역류함에 따라 녹조가 하류에서 상류로 점차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잠실대교 하류 방류량은 예년 대비 15분의 1로 감소폭이 더 증가했다.

일부 구간에선 독성물질도 검출됐다. 시는 지난달 30일 한강 하류에서 채취한 시료를 검사한 결과 마포대교 하류 구간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이 ℓ당 0.6∼2.0㎍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조류가 분비하는 간 독성 유해물질이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독성의 정도는 우리나라 정수장 처리수 권고기준(1.0㎍/L)을 조금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내원수 중에서 검출된 조류독소의 범위는 0.1~56㎍/L로서 이번 한강 원수 내에서 발생된 조류독소의 수준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상수원인 한강 상류에서는 환경부 조사결과 측정지점 3곳(팔당댐 앞, 남한강 월계사, 북한강 삼봉)에서 남조류세포수와 클로로필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강 하류에 지난 3일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수돗물 안전… 낚시·물놀이 자제

시는 수돗물에 대해 여전히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조류독소가 자연생태계에서는 제거되지 않지만 수돗물 생산 공정상에서 소독공정을 통해 완전히 제거된다”며 “특히 시는 조류독소는 물론 맛과 냄새 이취미(비정상적인 냄새와 맛)까지 모두 제거할 수 있는 정수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다만 시는 한강 하류에서 독성이 검출된 만큼 물놀이, 낚시 등은 당분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는 지속적으로 조류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단계별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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