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물급 무기중개상 정의승 장로(왼쪽) 일광공영 회장 이규태 장로(오른쪽). (사진출처: 연합뉴스)

교회서 돈세탁 의혹… 책장 뒤 비밀 은신처까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방산비리에 교회 ‘장로’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일광공영 회장 이규태 장로에 이어 이번엔 방산업자인 정의승 장로가 이름을 올렸다. 해군 중령 출신인 정의승 장로는 교회에 수십억원을 기부하는 척 꾸며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4일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후 정 장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주요 범죄혐의 소명 정도 및 그에 대한 법률·사실적 다툼의 여지, 피의자가 수사 개시 전에 국외재산 대부분을 국내로 반입했고 그와 관련된 해외계좌내역 등도 스스로 제출하는 등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정 장로가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회사)의 계좌를 이용해 무기 중개 수수료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합수단은 정 장로가 자신의 교회에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돈 세탁을 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부터 교회를 압수수색해 기부금 내역과 회계장부 등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교회 측은 정 장로의 기부금으로 교회 교육관을 건립하고 주차장 부지를 매입했을 뿐 비자금 조성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로는 1980년대 무기중개업을 시작해 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1992년에는 ‘율곡비리’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전력도 있다. 율곡비리는 군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해 국방부장관과 고위직 장성들이 뇌물을 받은 사건이다.

한편 앞서 방위사업 비리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도 본성결교회 장로였다. 이 장로는 특히 자신의 교회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교회에 자신의 집무실을 만들고 첩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자신만의 비밀공간을 만들었다. 책장을 밀치고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이 은신처에는 외부인을 감시하기 한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이와 함께 침대와 금고가 있었으며 화장실,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었다. 또 교회 주변을 볼 수 있도록 CCTV모니터를 달고 침대 뒤쪽에는 도주로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로는 1100억원대 방산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장로는 교회를 이용해 10년 동안 100억원이 넘게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측근들을 통해 증거 자료를 도봉산 인근 야적장 컨테이너에 보관했지만 모두 들통이 났다. 이 회장은 배우 클라라 연애기획사인 일광폴라리스 대표이며, 클라라와 사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국세청과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포함됐다. 체납액은 무려 412억 86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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