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1일 아침 새해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예결위 회의장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려 했던 한나라당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예결위 회의장을 국회 본청 245호실로 급하게 변경해 예산안을 단독으로 기습 처리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예결위 회의장을 방문 “이곳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처리하려 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예결위 위원장석 탈환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간 몸싸움이 일자 무력충돌을 우려해 회의장 변경 사실을 245호로 긴급 공지했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예결위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245호에서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뒤 오전 8시부터 본회의장으로 입장했고 30여 분 후 민주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민주당이 회의장을 점거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며 단독처리의 배경에 대해 설명한 뒤 “야당이 4대강 사업을 환경적 재앙이라고 반대하고 있는데 재앙이 아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힘들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예산안 단독 처리 직후 소집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예결위 회의장을 변경해 날치기를 한 것은 불법이고 원천무효”라며 “한나라당 의총에서 통과된 예산안을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몸을 던져 막을 수밖에 없다”며 실력저지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계속해서 반대할 경우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통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합의 없는 예산안 처리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어 지난 7월 미디어법 처리 때와 같은 본회의장 내 무력충돌 사태가 우려된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해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오만과 독선, 일방적인 숫자에 의한 국회 일방통행에 전념해 왔다”며 “제1야당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파헤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같은 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위는 국회를 무시하고 법과 원칙을 무시한, 마치 한나라당 안방에서 국사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군사독재시절에도 이와 같은 일은 발상하기 어려웠다. 최소한의 정도와 법도가 있었다”며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